'포이즌 필' 도입 급물살 탈듯

정부부처 의견 일치속 국회서도 적대적 M&A 방어책 필요성 언급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으로 ‘포이즌필(독약조항)’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 간에 포이즌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사실상 의견 일치를 본 가운데 국회에서도 적대적 M&A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함에 따라 이르면 올해 중 법안 개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재정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최근 작성한 ‘제18대 국회 정책현안 보고서’에서 외국에서 적대적 M&A 방어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포이즌필 도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경영권 위협에 처한 기업이 신주를 저가에 대량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경영권 공격자 측은 적대적 M&A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크게 불어나 적대적 M&A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ㆍ일본ㆍ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도입됐다. 수석전문위원실은 보고서에서 “적대적 M&A 위험은 외부세력에 의한 기업경영 견제 등의 장점이 있지만 기업으로 하여금 중장기 투자에 소홀하게 하고 부실기업의 회생기회를 줄여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단점이 있다”며 도입 배경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수석전문위원실은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등의결권 제도란 현 경영진 측 주주들에게 주당 의결권이 두 주어치씩 부여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권 방어장치다. 전체 주식 가운데 1%만 가지더라도 주당 100주어치의 의결권이 부여되면 절반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단 수석전문위원실은 다만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할 경우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이사회 결정권의 남용을 방지하는 등의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법무부를 중심으로 재정부ㆍ지식경제부ㆍ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인 ‘경영권방어법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포이즌필ㆍ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 여러 안 가운데 포이즌필 도입에 대해 거의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 부처 간에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안 가운데 포이즌필 도입에 의견 일치를 본 상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단 포이즌필 도입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포이즌필 도입을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국회에서도 필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연내에 입법예고 등 법안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용어설명 ◇포이즌 필=적대적 M&A 방어 수단의 한 종류. 경영권 공격에 맞서 이사회 결정만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헐값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자 입장에서는 주식 매수에 따른 자금 부담이 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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