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에 제 밥그릇 깨지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선물시장 이관 및 증시통합 문제를 둘러싼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의 갈등에 딱 어울리는 말인 듯 싶다. 요즘 증권거래소나 선물거래소 관계자들의 관심과 화제는 온통 이 문제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 쪽 주장이 옳다고 열을 올린다. 그리고 그 이유로 꼭 시장발전과 효율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싸움의 진짜이유가 선물거래소 수수료 때문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긴 증권거래소가 지난해 거둬들인 정률회비의 40%가 선물ㆍ옵션시장에서 나왔으니 서로 군침을 삼킬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밥그릇(시장 운영권) 싸움에 밥그릇(신시장)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초 증권거래소는 지수선물ㆍ옵션시장의 만기일 부담과 외국인의 시장주도를 막기 위해 개별주식옵션 시장을 개장했다. 홍콩에서 먼저 시장을 연 부담을 안긴 했지만 개별주식옵션 시장 개장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종목 옵션을 통해 위험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현재 개별주식옵션 시장은 개점휴업상태다. 가장 많이 거래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경우도 일평균 1~2계약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보유주식한도 제한을 받고 있는 투신권의 개별주식옵션시장 참여 불허 때문이다. 물론 이는 현행 규정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시장운영주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이관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시장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외국인의 미신고 차익거래, 매도ㆍ매수 포지션 동시설정을 통한 통정매매 등에 대한 증권거래소의 시장관리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은 선물거래소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50지수 선물시장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투자자들의 관심밖에 있다. 7월 들어 증권사 상품매매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 거래가 부쩍 늘고 있지만 이도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의 거래가 미미한 상황에서 제살깍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양측의 선물시장 이관 논의보다는 시장의 효율적인 운영에 관심이 있다.양측은 시장이관의 논리나 법적 근거를 내세우기 보다는 시장의 활성화 노력이 먼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현수<증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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