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권제도 도입이 주는 가장 큰 효과는 주식의 차명거래를 통한 부작용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물증권을 통한 불법적인 증여나 조세회피를 위한 거래, 무기명증권 유통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증권제도로 인해 증권시장의 거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장사 주식의 약 85%, 채권은 약 99%가 실물 발행을 하지 않고 전자화돼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은 주권을 도난·분실하거나 위·변조된 증권을 취득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들이 주식담보대출 등 실물증권을 이용해 음성적인 거래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전산화된 증권도 금융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일종의 증권보유 증명서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증명서를 발행받고 이 필증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주주 자살로 이어진 예당컴퍼니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예당컴퍼니는 지난해 6월 고 변두섭 전 회장의 사망 이후 계열사 테라리소스의 일부 주식을 분실했다고 신고했다. 조사 결과 변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 해당 주식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뒤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변 전 회장의 친동생은 변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을 몰래 매각하기도 했다. 변 전 회장에게 대출을 해주고 주식을 확보한 사채업자가 예당과 테라리소스 주식을 반대매매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변 전 회장의 사망 당일 1,350원이던 예당의 주가는 한국거래소가 매매거래를 정지했을 때 639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개미 투자자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의 매매에 따른 명의변경·주식교환 등 주주의 권리를 보전하려는 조치가 필요 없다"며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전자등록부에 기록이 되기 때문에 증권 실명제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간 및 비용 절감 효과도 매력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증권제도를 통해 연간 1,125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전자증권제도법이 시행되면 3년 내 실물증권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전자증권제도는 이미 일반화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3개국만이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한국이 3개국 중 하나다.
전자증권제도는 다원화돼 있는 실물증권 발행법을 통일해 정책 일관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식과 회사채의 발행은 상법이, 국공채 발행은 국채법과 지방재정법이, 간접투자증권과 파생결합증권의 발행은 자본시장법이 규제하고 있다"며 "전자증권제도 도입으로 증권 발행과 유통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