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셋 플러스/유망업종] 은행, 경기 전망 상저하고…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

순이자마진 등 상반기 저점 찍고 호전 가능성
부동산 경기 회복·중기 대출 성장세도 호재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은행들이 올 하반기부터 부진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업종은 대표적인 내수 관련주로 경기에 민감한데 국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타면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은행업종의 주가수익률은 2013년을 빼면 줄곧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았는데 올해에도 전년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은행업종의 투자 및 수익성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순이자마진(NIM) 등이 올 상반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본격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더디긴 하지만 점진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 성장세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은행들에겐 호재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은행들의 이익이 3년 만에 감액 추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은행 및 금융지주사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6조6,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회사 별로 보면 신한금융지주가 2조1,260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금융 1조5,490억원, 우리금융 1조2360억원, 기업은행 1조410억원, BS금융 3,780억원 등의 순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이익이 2년 연속 큰 폭의 감액을 마치고 올해엔 다시 회복할 것"이라면서 "경기회복의 기대감에 대표적인 내수주인 은행들이 수혜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지표들을 살펴봐도 은행업종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금융지주사의 수익성은 은행의 이자이익을 결정하는 대출증가율, 순이자마진(NIM), 대손비용률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들 지표가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다.

먼저 은행들의 대출성장률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 대출성장률은 1.5%로 직전분기(0.5%)와 지난해 1·4분기(0.6%) 때보다 크게 나아졌다. 부문별로는 중소기업대출 성장률이 2.2%로 성장을 이끌었고, 대기업 대출도 4.4% 늘었다. 가계대출 성장률은 0.03%로 상대적으로 더뎠지만 2월부터 부동산 규제완화 및 수도권 주택거래량 증가세로 인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이다. 관련 수혜 종목으로는 수도권 지역과 중소기업 부문 대출 비중이 높은 신한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NIM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2010년 2.32%를 고점으로 지난해 1.8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소기업대출 성장률이 회복되면서 NIM은 2·4분기를 기점으로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은행별로 조달했던 고금리 채권의 만기가 2분기에 집중된 점도 NIM의 개선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STX·동양 등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크게 증가했던 대손비용이 줄어 드는 것도 은행들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은행업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올 하반기 내에 시중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완만한 경기회복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업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업종 PBR 상승 수혜 종목으로는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이 꼽힌다.

올해 은행업종은 전반적으로 좋은 흐름을 타겠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바로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다.

정부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말까지 20%, 2017년말까지 40%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말 은행권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15.9%로 당장 올해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선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는 단기적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 개선에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은행의 장기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의 장기화는 금리 변동에 따른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RBC비율 완화·車 보험료 인상 … 보험업종 호재 잇달아

보험업은 올해 수익성이 개선될 호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스탠스가 보험사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150% 이상인 보험사의 RBC비율 권고기준을 내년 말부터 120~13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계산한 기준자본 중 실제로 보험사가 가진 자본의 비율이다. 보험사는 금감원의 권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왔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는 그만큼 재무부담이 줄어들고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험은 대표적인 규제 업종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이나 내용에 따라 실적 및 주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최근 RBC 비율 완화와 같은 당국의 규제 완화 스탠스는 보험업주가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보험료 인상도 손해보험사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온라인 보험사인 더케이 손해보험과 하이카다이렉트가 개인용 차 보험료를 각각 3%, 2.8% 올린데 이어 한화손보도 이달 15일 전후로 보험료를 인상할 예정이다. 대형 손보사의 경우에도 영업용·개인용을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상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삼성화재는 3월 말 영업용을 14%, 인상했고 현대해상을 비롯한 다른 대형 보험사들도 영업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그동안 높은 손해율 때문에 실적 악화에 시달려 온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통해 이를 상쇄할 길이 열린 셈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온라인·중소형 보험사에 이어 대형 손해보험사의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이는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진행 중인 인력구조조정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생명은 전체 직원의 1,000명 안팎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한화생명도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한다. 신승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은 비용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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