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삼킨 미국 최대 부실 금융기관인 AIG의 주가가 이상 급등하고 있다.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주식의 80%를 미국 정부가 보유한 AIG의 주가 급등은 석연찮다는 게 월가의 진단이다.
지난 28일 AIG의 종가는 50. 60달러로 8월 한달 동안 무려 3배가 올랐다.
8월 초 13달러로 출발한 AIG 주가의 폭등에는 물론 호재는 있다. 지난 5일 2ㆍ4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미리 알려지면서 하루 63% 폭등했고, 지난 20일에는 구제금융 일부를 조기 상환할 것이라는 소식에 하루 20.5% 급등하기도 했다. 또 메트라이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로버트 벤모쉬 신임 최고경영자(CEO) 선임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재를 감안하더라도 AIG의 최근 주가 급등은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부실금융 은행의 주가가 오름세이지만 AIG처럼 단기 급등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확인되지 소문이 파다하게 돌면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전설적인 경영자인 모리스 그린버그 전 CEO가 회사의 자문역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그린버그는 30년 이상 AIG를 경영하면서 AIG의 전성기를 열었으나 지난 2005년 회계부정 스캔들로 오명을 안은 채 물러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투기세력이 AIG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큰 손실을 입은 투기세력들이 회복세를 보이는 부실 기업을 골라 주식을 매집한다는 것이다. 또 공매도 세력들이 주가 하락에 배팅했다가 서둘러 포지션을 청산하고 주식을 되사는 바람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윌리엄 피츠패트릭 옵티크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지분 80%를 보유한 종목을 누가 사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AIG와 같이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곳에 투자해 일거에 원금을 만회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AIG의 주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500달러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