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서 역풍 맞고 혼돈 휩싸인 그리스

300명 중 229명 압도적 찬성, 시리자 38명 반대… 분열 확대
국민도 반발 거세 정권 흔들
ECB ,긴급자금 지원 늘리고 유로존도 70억 유로 공급 합의
그리스 자금융통 숨통 트일듯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채권단과 구제금융 빅딜을 성사시키고도 정권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치프라스 정권이 구제금융 협상 개시 대가로 채권단에 약속했던 증세 등 경제개혁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 안팎에서 거센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이날 오후부터 이어진 격렬한 논의 끝에 다음날 새벽 부가세 간소화 등 4개 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쳐 300명의 전체 의원 중 229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보수성향의 제1야당인 신민주당(ND) 등의 지지로 8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지만 정작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에서 반대표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전체 시리자 의원 149명 가운데 좌파연대 소속 강경파와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 등 38명이 개혁안에 반대했다. 앞서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장관 등 시리자 내 좌파연대 의원들은 드라크마화(유로존 가입 전 그리스 화폐) 복귀 등을 요구하며 협상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들 외에 시리자 중앙위원회 위원 201명 중 107명도 전날 개혁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시리자 내부 분열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궁지에 몰린 치프라스 총리가 반대파를 내쫓고 조만간 개각을 단행하거나 다시 의회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보궐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이코노미데스 뉴욕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몇몇 장관을 포함해 시리자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오며 치프라스 총리가 궁지에 몰렸다"며 "치프라스가 힘없는 소수 정부를 계속 유지하거나 기존 반대 정당을 포함해 새로운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정치권을 넘어 국론분열로 치닫는 분위기다. 수천명의 그리스 국민들은 개혁법안에 대한 의회 표결이 실시된 15일 아테네 의회 앞 산티그마광장에서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한 폭력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아르세니오스 파파스는 "정부는 배신자"라며 "우리는 국민투표에서 긴축안 반대 쪽에 투표했는데 치프라스 총리가 그보다 끔찍한 조건에 서명한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리스 공공부문 노조도 긴축에 반대하는 파업에 돌입했고 약사협회는 의약품 규제 완화에 항의하며 약국 영업을 중단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화염병으로 거리가 불바다가 되는 등 이번 그리스에서 2년 만에 가장 심각한 시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밖에서는 혹독한 긴축을 강요한 독일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영국 BBC는 트위터에서 독일 제품 구매 반대 운동을 뜻하는 '독일 보이콧'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네티즌들은 독일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추정되는 바코드가 부착된 상품을 사지 말자고 촉구했다. 특히 폭스바겐·밀레 등 독일 브랜드를 직접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인터넷상에서 들끓고 있다. 런던정경대 인류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그레버는 2차대전 이후 채권국들이 나치독일의 부채를 탕감해준 일을 언급하며 "독일은 지금 이자를 포함해 부채를 상환할 도덕적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할 때까지 독일 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그리스가 4대 개혁법안을 마무리함에 따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은 이날 오전 전화회의를 통해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와 단기 자금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대변인은 "유로그룹은 그리스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16일 오전10시 콘퍼런스콜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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