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뜬 株' 살피면 앞으로 '뜰 주' 보인다

■ 리먼브라더스 사태이후 1년



『 # 2008년 가을. 서울 여의도공원에 하나, 둘 떨어지는 단풍잎은 예년처럼 고왔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떨어진다'는 말만 나와도 몸서리를 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특히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패닉 상태에 빠진 증시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24일,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10.24% 급락하면서 3년 5개월 만에 세자릿수(938.75)로 내려앉았다. 공포의 월요일, 10월 27일에는 코스피지수 900선마저 무너졌다. 일일 변동성 확대와 함께 오후 들어 갑자기 폭락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도시락 폭탄'이라는 씁쓸한 유행어가 등장했다. 10월 28일에는 코스닥지수가 250선 아래로 추락했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9ㆍ11테러 직후보다 더 큰 폭(-13.76%)으로 떨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바닥 없는 추락에는 예외가 없었다. # 2009년 가을. 기업들이 3ㆍ4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연일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600포인트선, 코스닥지수는 500포인트선을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거듭되는 하락의 공포 속에서 그대로 주저 앉을 것만 같았던 증시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시가 이 정도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서 전문가들조차 예상치 못했던 저력을 보여줬다.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위기국면에서 쟁쟁한 글로벌 경쟁업체를 제치고 입지를 강화했다. 차근차근 준비했던 신성장동력을 내세워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했다. 이런 경쟁력 강화는 자연스레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1년간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투자자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래서 앞으로도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할 스타 종목을 열심히 찾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위기 국면에서 '뜬 별'을 꼼꼼히 살펴보면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을 들여다 보면 앞으로 '떠오를 별'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 ● 실적 빛 발한 넥센타이어 주가 1년새 500% 급등
삼성테크윈 390% 치솟아 미운 오리새끼서 백조로
LED·2차전지·터치스크린 등도 주가 상승 촉매 역할
"정책수혜 기대되는 신성장동력 관련 종목 주시해야"
지난 해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기업 환경은 갑작스레 빙하기를 맞았다. 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투자 심리도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주가 폭락을 가져왔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진리는 이번에도 통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 이유는 물론 펀더멘털이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기업이야말로 ‘뿌리 깊은 나무’라는 인식을 새로이 심어줬다. ‘실적의 안정성’이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다시 한번 부각됐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기업들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상당수 기업들은 미리 준비해둔 차세대 성장동력을 히든 카드로 내놓으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기도 했다. ◇위기는 기회…어둠 속에서 ‘빛난 별’=코스피지수가 지난 해 10월27일 892.16포인트까지 떨어진 후 회복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스타들이 많이 등장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은 물론 금융위기 이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기업들도 새로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코스피200종목 내에서 지난 1년 동안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넥센타이어다. 지난 해 10월 27일 이후 1년 동안 주가 상승률은 511.25%.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4.87%)보다 6배나 높은 상승률이다. 넥센타이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이전에는 증시에서 ‘가장 저평가된 타이어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자 넥센타이어의 실적 안정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가격경쟁력, 생산능력, 효율적인 재고 관리 능력, 국내는 물론 글로벌 동종업계 내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수익성이 새로이 주목을 받았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넥센타이어는 올 들어 3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글로벌 업체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도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케이스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해 3ㆍ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로부터 혹평 세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테크윈은 삼성이미징(디지털카메라 사업부)을 분할한 후 화려하게 비상했다. 삼성테크윈의 주가는 1년 전에 비해서는 391.0%, 삼성이미징 분할 이후 첫거래일(2월 20일) 대비 211.4% 상승했다. 삼성테크윈은 현재 시장에서 ‘실적 안정성’, ‘현금 창출 능력’,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라는 3박자를 갖춘 종목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차근히 준비했던 신성장동력에 힘입어 스타로 떠오른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기가 대표적이다. 현재 증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인 ‘LED(발광다이오드)’는 1년 전만 해도 생소한 용어였고, 삼성전기의 LED 사업 부문 역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들어 LED가 그린에너지, 국가적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면서 삼성전기의 주가는 날아올랐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MLCC와 LED로 스위치히터가 됐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 LED TV의 공격적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긍정적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ED는 유가증권시장 뿐 아니라 코스닥시장에서도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서울반도체와 루멘스, 신화인터텍 등은 LED 부품주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1년 동안 주가가 400% 이상 뛰어올랐다. 심지어 서울반도체는 기존의 대형 테마주들을 모두 제치고 코스닥시장 시총 1위주로 등극했다. 이밖에 LED를 비롯해 2차전지, 터치스크린, 전기차 배터리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 촉매로 작용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신종플루’와 관련된 바이오ㆍ의료 관련주들이 급등하기도 했다. ◇‘떠오를 별’ …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는 종목=코스피지수가 1년 만에 80% 이상 상승하고, 상당수의 블루칩들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증시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불과 2년 전이었던 2,000시대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치는 2007년 11월 1일 기록했던 2,085.45포인트다. 그러나 2,000시대로 다시 가는 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고는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 회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 약세 등 새로운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등도 증시의 주요 변수다. 특히 지난 10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조정 장세에 투자자들의 마음은 무겁다. 하지만 지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증시 급등락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은 기업들은 오히려 어려움 속에서도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주가도 당연히 올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에서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종목을 찾으려면 그 동안 정부가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 및 지원에 초점을 맞춰온 만큼 정책적 수혜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이런 관점에서 ‘2010년 주목해야 할 이슈 및 테마‘를 발표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서 히트를 친 LED TV,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등 신성장동력 관련 기술이 2010년에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하면서 계속 주목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앞으로는 기대감이 아닌 실제 실적 성장이 가시화되는 진정한 수혜주가 드러날 전망이다. 모바일 인터넷이 확대되고, U-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 IBM, MS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최근 의류산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U-헬스케어시스템 구축 등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국제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에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행사가 잇따르는 만큼 소비 경기 회복과 광고 확대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추천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