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 최초ㆍ유일의 64비트 스마트폰 ‘아이폰 5S’와 중저가 모델인 ‘아이폰 5C’를 동시에 공개했다.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 두 개를 한꺼번에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판매 전략이 프리미엄 제품 뿐만 아니라 보급형 시장을 모두 노리는 ‘쌍끌이 전략’으로 삼성전자에 빼앗긴 선두 탈환에 본격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 중가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대만의 HTC 등과의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본사 사옥 강당에서 미디어 공개 행사를 열고 아이폰 5S와 아이폰 5C를 발표했다.
이 두 제품은 이달 20일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1차 출시국 9개국에서 판매에 들어간다. 중국은 1차 출시국에 새롭게 진입한 반면 한국은 이번에도 제외됐다. 한국은 12월말 연말에 포함될 것을 예상된다.
◇프리미엄 제품 아이폰 5S=아이폰 5S는 64비트 A7칩과 '터치ID' 지문센서, 투톤 플래시가 적용된 800메가 카메라 기능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64비트 중앙처리장치(CPU)인 A7 칩은 10억개가 넘는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어 연산 속도는 기존 모델인 5 대비 2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2007년 나온 오리지널 아이폰과 비교하면 그래픽 속도는 56배, 연산 속도는 40배 향상됐다. 애플은 아이폰 5S가 64비트 칩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ㆍ유일의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차게 소문으로 돌았던 지문인식 장치를 채택했다. 손가락 지문인식으로 잠금해제를 할 수 있도록 홈 버튼에 '터치ID'라는 기능이 추가한 것이다. 모든 지문 정보는 A7 칩 내부의 보안 영역에 암호화돼 안전하게 저장된다. 터치ID는 아이튠즈 스토어와 앱스토어, 아이북 스토어 등에서 콘텐츠 등을 구매할 때 본인 인증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5S의 카메라는 800만 화소를 유지했지만 대신 카메라 감도를 향상시킨 F2.0 렌즈와 투톤 플래시를 적용했다. 톤 플래시는 일반적인 흰색 플래시로 인한 인위적인 사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플래시를 터트리더라도 사람 피부톤이나 배경의 색상이 자연스럽게 찍히도록 설계됐다. 또 720픽셀 HD급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초당 120프레임을 찍을 수 있는 슬로모션 기능도 지원한다. 전면에는 저조도 환경에도 밝은 촬영이 특징인 페이스타임용 HD 카메라가 탑재됐다
색깔은 금색, 은색, 회색(스페이스 그레이) 등 3가지로 나올 예정이다. 애플의 전세계 제품 마케팅 책임자인 필 실러 수석부사장은 이 제품에 대해 "스마트폰의 골드 스탠더드(황금 표준)"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이폰 5C로 중저가 시장 공략=5C의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뒷면과 옆면이 일체형의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으로 돼 블루와 그린, 레드, 옐로우, 화이트 총 5가지 색깔로나온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표면에는 강화 코팅이 돼 있다. 이 제품은 전세계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은 LTE 밴드를 지원한다고 애플은 밝혔다. 5C의 하드웨어 수준은 A6 프로세서와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800만화소급 카메라 등 대체로 기존의 아이폰 5와 대동소이하다.
아이폰 5C의 가격은 16기가바이트(GB) 모델이 99달러(10만7,000원), 32GB 모델이 199 달러(21만6,000원)으로 정해졌다. 단 이는 미국에서 통신사 2년 약정을 할 때의 가격이다. 이 제품은 발매 1주일 전인 13일 예약주문에 들어간다.
아이폰 5C는 성능과 별도로 프리미엄 아이폰5와 동시 출시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까지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을 내면서 중가 시장에는 전년도 모델을, 저가 시장에는 2년 전 모델을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저가 시장을 위한 별도 제품을 내놓지 않고 구형 제품으로 대신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가 시장에 기존 아이폰 5를 공급하지 않고 그 대신 새 모델인 5C를 내놓음으로써 중저가 시장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파수별로 모델 세분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ㆍ무료제공=애플이 이번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모델을 세분화한 것도 눈 여겨 볼만 하다. 나라와 통신사에 따라 지원하는 LTE 주파수가 달라 단일 모델로는 호환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판매부진으로 이어진 단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읽힌다. 애플은 또 앞으로 아이폰ㆍ아이패드 등 iOS 모바일 기기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아이포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아이무비'와 업무용 프로그램 모음인 아이웍스(iWorks) 등 5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아이웍스에는 워드프로세서인 '페이지스', 스프레드시트인 '넘버스', 프레젠테이션용 프로그램인 '키노트'가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