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한국산업은행과 중국 시틱증권에 지분 50%를 매각하는 비밀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상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시틱증권은 리먼브러더스 측이 너무 높은 가격을 불러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이달 초 협상을 종결했다. 리먼브러더스 측은 이 보도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FT는 산은이 주축이 된 한국 투자가들은 리먼브러더스로부터 지분 25%를 직접 매입하고 나머지 25%는 시장에서 사들이는 2단계 방안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가격은 리먼브러더스의 장부가격 대비 50% 높은 수준에서 협상이 진행됐다. 양측의 협상은 성사단계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에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브러더스는 시틱증권과도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가격이 한국 측과의 협상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면서 역시 무산됐다. 이번 협상은 리먼브러더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풀드가 직접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먼은 40억달러 이상의 추가 대손상각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를 위한 자금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리먼의 지분 인수 협상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 7월에 리먼의 크레디트라인(대출)을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 그룹에 인도할 것을 요구했지만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자금마련을 위해 지분매각 외에도 400억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과 자산운용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주가는 지난해 초 이후 85%가량 급락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95억달러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