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장석주의 시 '대추 한 알' 중에서)
지난 9월 중순 이후 글로벌 주식 시장에 태풍이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치더니 이번주 들어 빨간 대추 같은 양선(주가 차트에서 붉은색 일봉)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식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촉발되면서 급전직하 쇼크에 빠졌다. 여기에는 단순히 유럽의 경제성장 둔화뿐 아니라 이들 국가에 대한 구조적 개혁과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주가는 급락하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달러화 강세와 선진국 채권이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최근 급락국면에서 가장 강세를 보인 주식은 무엇일까.
주가가 급락(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준으로 고점 대비 9.8% 하락)한 시기였기에 당연히 기업들의 주식가격은 크게 떨어졌지만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 시장에 상장된 달러화상장지수펀드(ETF·UUP US)는 7월 이후 무려 7.9%나 상승했다. 통화가치가 단기간에 5% 이상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좀처럼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큰 상승 폭이다.
이 시기에 시장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ETF들의 강세도 눈에 띈다. S&P500지수를 역으로 2배(레버리지) 추종하는 ETF(SDS US)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22.1%나 올랐다.
러셀2000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ETF(TZA US)의 경우 같은 기간 무려 34.4%나 상승했다.
변동성ETF는 인버스ETF보다 수익률이 더 좋았다. 일명 공포지수라 일컫는 변동성지수인 VIX지수의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ETF(VXX US)의 경우 같은 기간 한 달 만에 66.4% 상승했다. 더 나아가 VIX지수의 선물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ETF(UVXY US)의 경우에는 한 달 만에 저점 대비 무려 153% 폭등했다.
이들 변동성ETF의 경우 특별한 이벤트나 이슈가 발생할 때 급등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변동성 레버리지 ETF의 경우에는 기초자산과의 트래킹에러(추정오차)가 무려 43% 정도 된다는 점에서 추세의 방향성에 대한 일관된 투자가 쉽지 않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주 들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S&P500지수의 경우 저점 대비 6.6% 상승했고 이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ETF(SSO US)의 경우 13%나 상승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급등했던 S&P500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ETF(SDS US)의 경우 4일 만에 11.8%나 하락했다.
이런 장세에서는 등락에 휘둘리기보다 차분히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