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환란보고서] 주요내용

한국은행은 19일 우리나라의 환란은 대기업의 차입의존 경영과 중복과잉투자, 금융기관 시스템의 낙후, 감독체계의 미흡, 경상수지적자누적 등의 구조적 요인에다 정부의 적절하지 못한 위기대처와 동남아 외환위기의 확산 등의 직격탄을 맞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한국은행이 19일 국회 IMF(국제통화기금) 환란 특별조사위원회에 제출한 위원요구 자료 가운데 외환위기 분석 부문을 정리한다. <구조적 요인> ◆과다차입에 의존한 기업의 중복과잉투자= 재벌기업들은 자기자본 조달보다는 계열기업간 상호지보에 의한 외부차입 등으로 외형성장을 추구했고 특히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업종은 경쟁적으로 중복과잉투자에 앞장섰다. 재벌들은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차입에 주로 의존함으로써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설비투자자금까지 단기차입으로 조달함으로써 유동성 리스크가 커졌다. 이같은 구조적 취약성이 경기하강, 교역조건 악화, 대내외 경쟁격화 등을 계기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연쇄부도 사태로 발전됐다. ◆금융시스템의 취약=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지 못한채 재무상태와 수익전망보다는 담보 또는 기업규모에 의존하는 여신관행을 유지한 탓에 재벌기업의 과잉중복투자를 막지 못했다. 대기업이 무더기로 쓰러지며 금융기관들도 부실화됐고 대외신인도도 급락했다. 또한 외화자금도 주로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8∼10년의 중장기 여신으로 운용하는 등 자산·부채의 만기불일치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며 유동성리스크가 커졌다. ◆금융감독의 불철저= 일부 대기업에 대한 편중여신을 막지 못했고 금융의 자율화·개방화 추진으로 금융기관 경영의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건전성감독에 소홀했다. 국제적 기준보다 상당히 느슨한 자기자본 비율, 여신건전성 분류기준 등을 적용했고 특히 종금사 등 2금융권에 대해선 건전성 감독기준조차 적용하지 않았다. 이와함께 단자사를 대거 종금사로 전환해주고 금융기관들의 과다한 해외점포 설치 등에 대한 관리감독도 불충분했다. ◆고성장정책의 지속과 경상수지적자의 누적= 90년대 들어서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고성장정책이 계속됐으며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며 외채가 급증했다. 구체적으로는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의 심화로 대외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잠재생산능력을 웃도는 고성장이 지속되며 수입이 급증했고 여기에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의 가격이 급락한 탓에 경상수지 적자가 날로 커졌다. 이에 따라 97년 9월말 기준 경상 GDP에 대한 총외채 비율이 40.7%로 상승하기에 이르렀다. <직접적 요인> ◆위기대처 미흡= 97년초부터 금융위기 징후가 나타났으나 금융기관 부실채권 누증 문제의 적극적인 해결, 종금사를 비롯한 부실금융기관의 조기정리방안 등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적기에 강구하지 못했다. 위기적 상황에서도 한편으로는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여신운용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도유예협약제도의 도입과 부실기업에 대한 협조융자 등을 시행해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특히 97년 7월15일 기아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리과정이 장기화하며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이는 97년 10월24일 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대선 등 정치적 불안요인까지 겹쳐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졌다. ◆동남아 외환위기 확산= 97년 5월 태국에서 촉발된 외환위기가 7월부터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으로 확산되면서 국제투자자들이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했다. 이로 인해 97년 10월17일∼10월20일 타이완통화가 5.4% 절하된데 이어 10월23일 홍콩주가가 10.4% 폭락하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고 이같은 여파가 우리나라로 파급됐다. ◆외국 금융기관의 집단적 자금회수= 대기업의 연쇄도산과 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따라 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금융기관 지급결제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또 한보사태 이후 당시 경제수석의 은행도산 가능성과 관련한 발언으로 외국 금융기관들의 채권회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으며 특히 대기업의 연쇄도산 과정에서 실효성있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신속히 마련되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에 따라 외국 금융기관들은 97년초부터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대한 단기여신한도를 감축하는 한편 대출기간도 지속적으로 줄이다가 10월말부터는 경쟁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섰다. 결국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금 차환비율이 10월중 80% 내외에서 12월중에는 30%대로 급락했고 금융기관들의 단기채무 지급불능사태를 막기 위해 외환자금 지원규모를 늘리다가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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