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계열사 인수전 스타트] 광주은행 5파전·경남은행 4파전…하나금융은 끝내 불참

신한·기업, 참여 의도 모호… 최종입찰까지 갈지 미지수
지역 정서 고려 가능성 커 과도한 정치논리 개입 땐 부실매각 논란 부를 수도




지방은행 예비입찰 결과를 보면 당초 기대보다는 낫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정부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광주ㆍ경남은행 인수전에 나선 신한은행이나 기업은행이 정말 순수하게 상업적 관점에서 참여한 것인지, 정부의 계속된 '신호'에 마지못해 응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이 최종입찰에까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매각 대상이 지역경제에서 갖는 영향력과 상징성 때문에 매각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광주은행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하나금융이 끝내 불참하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당국은 일단 최고가 입찰 원칙에 근거해 인수자금 조달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지만 정성적 평가를 통해 지역정서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일찌감치 지역 금융지주와 상공인단체 등이 인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자칫 매각작업이 정치논리에 휘말릴 경우 부실매각 논란이 빚어질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한금융 결국 당국 신호에 응해…하나금융은 불참=대형 지주의 예비입찰 참여는 그간 지방은행 매각작업의 흥행을 고조시키고 당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양수겸장의 카드로 꼽혀왔다. 특히 자산의 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광주은행에 대해 매각을 확신했고 "대형 지주사들이 참여할 것(한 금융 당국 고위관계자)"이라고 당국은 진작부터 확신해왔다.

광주은행 인수전에 신한금융이 참여한 것은 경영적 측면 외에 이런 전략적 고려도 적잖이 작용했다. "제주은행을 갖고 있는데 굳이 지방은행을 또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재일동포 주주들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에도 광주은행은 나은 선택지다. 신한은 광주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경남은행 입찰도 동시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인수 의사를 접었다. 지난 7월만 해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광주은행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지만 외환은행 인수 뒤 재무상황이 빡빡해진 만큼 무리하지 말자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지역정서 문제 말고도 실제 인수 후 광주은행의 운영 방식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지방금융 판도 변화 오나=경남은행은 일찌감치 BS금융과 DGB금융의 맞대결 속에 지역상공인으로 구성된 경남은행인수추진위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가세하면서 4파전 구도가 짜였다. 기업은행의 경우 '도로 국책은행'이라는 지적이 부담인 가운데 자회사 출자제한이라는 제약도 뛰어넘어야 한다.

광주은행은 신한금융 외에 전북의 JB금융, 광주전남상공인연합에다 BS금융ㆍDGB금융이 예비입찰에 응한다. BS와 DGB는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경남은행을 상정했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광주은행에도 응했다. 총 자산 46조원(지난 연말 기준)의 BS금융과 37조원의 DGB금융이 31조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단숨에 60조~70조원에 이른다. 또 자산 14조원의 JB금융이 19조원인 광주은행을 인수하면 BS금융ㆍDGB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덩치를 키울 수 있다. BS금융이나 DGB금융이 광주은행을 가져가면 영ㆍ호남에 두루 영업 기반을 둔 광역화가 이뤄져 이번 인수전의 결과에 따라 지방금융의 판도가 급변할 수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경남ㆍ광주은행 모두 1조~1조2,000억원 수준의 매각가가 예상되는데 결국 자금동원력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매각가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BIS비율 하락 등으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지역정서 등 부담…부실매각 우려 적지 않아=지역상공인연합으로 구성된 후보들의 자금동원력이 어느 정도 될지도 관심거리다. 일단 경남은행인수추진위의 경우 트루벤인베스트먼트와 자베즈파트너스가 공동운영사인 사모펀드(PEF)와 함께 '경은사랑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광주전남상공인연합은 상대적으로 투자자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자금력만 확실하다면 이들에도 기회를 준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 때문인지 매각 대상 은행 노조들은 지역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등 정치권 인사를 동원한 무력시위에도 나서고 있다. 당국도 지역사회 기여도 등의 형태로 지역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정치논리가 과도하게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주사 분할 후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7,000억원가량의 세금도 국회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당국은 매각이 불발되면 우리은행에 편입하지 않고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 형태로 남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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