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성을 되찾으라’고 하는 말은 ‘정상으로 돌아와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처럼 우리는 이성이란 정상이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사랑을 할 때도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려고 하지요. 답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14일 서울시교육청 동작도서관에서 열린 고전인문아카데미 ‘미술작품에서 인문고전 읽기’에서 박홍순(사진) 작가는 ‘이성의 그늘, 사회적 평등’을 주제로 이처럼 강의를 풀어나갔다.
신(神) 중심의 사회가 무너지고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던 18세기 유럽에서는 사회적 개혁이 본격화했던 시기였다. 미술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재촉하는 계몽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박 작가는 유독하게 괴물을 많이 그렸던 스페인의 프랜시스 고야의 ‘잠자는 이성은 괴물을 깨운다(1799)’의 작품을 통해 주술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가 지배했던 스페인에서 이를 깨우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야의 작품이 이용되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어 18세기 영국화가인 조셉 라이트의 작품을 통해 감성이 배제되고 순수이성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성의 빛을 통해 구절시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계몽주의자들의 목표였지요. 그림 속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은 아이들을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어요.”
박 작가는 이성과 욕망의 상관관계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강의로 풀어내면서 수강생들에 화두를 던졌다. “욕망과 감성을 거세한 이성이 스스로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과연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적과 싸우면서 적을 닮아간다고 하듯 이성은 과거 신의 모습을 점점 닮아 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욕망이 배제된 인간적인 요소는 반신불수의 모습으로 전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강의는 이성을 주제로 시작해서 노동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으로 주제를 옮겨 두시간 동안 계속됐다. 그는 “인문학적 사고란 일상적인 사고와 행위를 지배하는 통념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된다”며 “동서양의 미술작품을 보면서 인문학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강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강의는 ‘일상성의 비밀, 자아 정체성(21일)’ ‘욕망과 죽음에 대한 성찰(28일)’ ‘역사란 무엇인가(2월4일)’ 등 총 5차례 이어질 예정이다.
50여명의 수강생들은 미술작품을 통해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사고로의 해석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강의내내 필기를 하면서 박 작가의 작품 해석에 귀를 기울였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백상경제연구원이 기획하고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는 ‘미술작품에서 인문고전 읽기’ 외에도 한국고전, 한국건축, 철학, 서양고전 등을 주제로 한 풍성한 인문학 축제가 2월까지 이어진다. 강의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