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붐으로 미국 내 원유 생산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지난 40년간 유지해온 원유수출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석유업계가 꾸준히 제기해왔으며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장관이 공개적으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론해 실제 원유수출이 가능해질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자 사설에서 "원유수출 제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장관의 입장이 옳다"며 "우리는 그의 의견이 의회에서 입법화 논의를 촉발하게 되기 바란다"고 수출규제 완화를 옹호하고 나섰다. 모니즈 장관은 지난 13일 뉴욕에서 열린 한 에너지전망 포럼에 참석해 "원유수출 규제법은 1970년대 원유수급이 곤란을 겪을 때 만들어졌다"며 "에너지 상황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으므로 규제 이슈들은 새로운 맥락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1975년 1차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정책 보호법을 제정해 원유수출 제한과 전략비축유 유지 등의 정책을 유지해왔다. 원유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예외적으로 상무부의 인가를 받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현재 일부 원유생산 업체들이 주로 캐나다에 일일 9만5,000배럴가량만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셰일붐을 업고 미국의 원유생산 능력이 급증하면서 수출규제 완화론자들이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6일 '2014 연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2016년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950 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70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960만배럴로 정점을 찍었던 때와 맞먹는 규모로 2008년 저점인 500만배럴의 2배에 육박한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EIA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오는 2015년 이후 하루 750만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전망을 뒤집었다. 이는 기술발달로 셰일층에서 오일 채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원유업체들은 수출규제를 풀면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에너지 시장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의 레이드 포너 대변인은 "자유무역을 통해 일자리와 정부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WSJ는 "수입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측은 국제 원유값이 높게 유지돼 대체에너지 산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환경좌파"라고 몰아붙였다. 신문은 "이들이 미국의 에너지 르네상스를 가로막는 장애물만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수출길이 열리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릴 우려가 있는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민주당)은 지난주 성명을 통해 " 석유업계에서 수출제한을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를 위해, 그리고 중동으로부터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유는 미국 내에 남겨져야 한다"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