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중국에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인의 문화를 잘 아는 나라도 없다.”(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이 말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지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 여기에 지역ㆍ세대별 취향에 맞는 `선택과 집중`전략은 중국을 제2의 생산기지로 만들어낸 최우선 전략이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진출 초기 철저하게 현지의 자본(기업)을 파트너로 삼았다. 현지 법인 자본금 중 절반을 중국으로부터 끌어들여 기술 전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지 정부의 요구를 충실하게 따랐다. 합작 파트너와의 우호적 관계는 현지 유통망을 빠르게 늘려 나가는데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현지 고용인력을 최대화하는 등 인력 충원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0명이 넘는 인력중 한국인은 불과 60여명에 불과하다. 딜러들도 전부 중국 인력으로 채웠다.
여기에 베이징ㆍ상하이 등 핵심 대도시에만 국한돼 있는 외국 기업들과 달리 지방 중소 도시에까지 진출 권역을 넓혀간 것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내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망을 형성할 수 있었던 힘이다.
◇`하이 레벨 코리아`= 적어도 중국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싸구려 상품`이 아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진출 과정에서 고가형 제품에 승부를 건 탓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이 중국내에서 이른바 `가진 자의 상징`으로 통하는 것이나, 현대차가 초기 진출 제품을 `쏘나타`로 정한 것, 한국타이어가 고품질 제품으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한 것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중점을 둔데 따른 것이다.
◇한국에 우호적인 전략= 구본무 LG 회장은 “난징의 경우 일본인들은 역사적 결함 때문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동북아 지역내에서 일본에 비해 한국이 갖는 최대 장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선 일단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화ㆍ사회ㆍ역사적 배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조금만 치밀하게 접근하면 얼마든지 시장을 넓혀 갈 수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우리 기업들의 진출 전략도 여기에 기반을 두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베이징 시정부로부터 명예시민증을 수여받은 것 등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중국 전역에 두려움에 떠는 와중에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는 등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구애(求愛)`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