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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현대차 충칭 공장 기공식이 열린 량장신구 공장 부지. 정의선 부회장과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가 웃으며 행사장에 입장했다. 3년 가까이 정몽구 회장이 직접 공을 들인 충칭공장의 첫 삽을 정 부회장이 뜨며 현대차의 중국 시장 진출 제2 막을 열었다.
현대차는 충칭과 앞서 공사를 시작한 허베이 공장에 중국판 맞춤형 4대 전략을 구사해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있고 최근 현지 토종업체의 성장이 가파른 데 대한 대응책이다.
◇적기 투자로 연 270만대 생산체제 구축=현대차에 충칭 공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던진 승부수다. 베이징기차와의 합작으로 베이징·허베이 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던 생산거점의 한계를 중서부 내륙으로 확대해 숙원이었던 전국 규모의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베이징기차와 함께 충칭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오는 2017년 상반기에는 중국 전략 차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충칭은 인구 3,000만명, 면적 8만2,000㎢의 세계 최대 규모 도시이자 중국 중서부의 유일한 직할시다. 시진핑 정부 들어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3대 경제벨트 중 하나인 '창장 경제벨트'의 거점도시이자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실크로드)의 중심도시이기도 하다. 현대차가 충칭을 선택한 것은 생산과 소비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허베이에 이어 충칭 공장까지 생산을 시작하는 2018년에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생산물량은 지금의 연 195만대에서 270만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현대차의 이 같은 행보는 적기 투자로 중국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 중국에서의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 5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9.1%로 4월의 10.0%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10.0%를 기록한 후 1월 8.8%, 2월 9.9%였다가 3월 10.1%로 10%대를 회복했지만 두 달 만에 9%대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2012~2013년 결정된 폭스바겐·GM 등 글로벌 합작 자동차 브랜드들의 증산 이후 생산시점이 충칭 공장의 완공시점인 2017년에 집중돼 있다. 폭스바겐이 2018년까지 120만대를 증설하고 제너럴모터스(GM) 49만대, 닛산 90만대, 도요타 38만대, 혼다 60만대를 증설한다. 폭스바겐은 2018년 500만대, GM은 2017년에 27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중국 내 자동차 생산이 과잉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 내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나중에 더 밀릴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시장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고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딜러 2,000개로…맞춤형 소형차 등으로 승부=이날 정의선 부회장은 "중국 경제의 중고속 성장 전환은 물론 중국 로컬업체들의 약진 등 현실을 직시하고 4대 전략 강화로 중국 시장의 변화를 앞서 가야 한다"며 "(충칭) 신공장 건설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제2의 성공신화를 써나가자"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는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생산거점 다변화 △중국 전략차종 다양화 △고객 밀착관리 체계화 △친환경차 시장 본격 진출 같은 4대 전략을 집중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베이징과 옌청 2곳이었던 승용차 생산거점은 허베이와 충칭을 포함해 4곳으로 늘린다. 생산 모델도 다시 구성한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인 소형차와 소형 SUV를 개발 출시하고 고급 세단도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 전용 차종은 매년 4~5종씩 내놓을 계획이다.
판매망도 확충한다. 현재 1,700개 수준인 딜러사 숫자를 내년까지 2,000개로 늘린다. 도시별로 고객의 성향 및 선호차종을 분석해 맞춤형 판매를 시도할 계획이다. AS 시설도 표준화·고급화하고 고객관리 시스템도 전산화한다.
중국 친환경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중국 환경차 시장은 연비규제 확대 및 친환경차 지원 정책으로 2020년 200만대 수준까지 커질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중국에서 선보일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라인업을 늘릴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중국 내 자동차산업이 과잉상태에 접어든데다 로컬 브랜드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글로벌 합작사들의 증산 경쟁과 로컬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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