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혔더라도 형사처벌이 면제될 수 있도록 규정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교통사고를 내 중상해를 입힌 운전자는 보험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조모씨 등이 “종합보험에 가입한 교통사고 가해자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7(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1항에는 “교통사고를 낸 자가 음주운전ㆍ뺑소니ㆍ과속 등 12개 유형의 죄를 범하지 않은 경우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에게 신체상 중대한 장애를 입힌 경우 사고발생 경위나 과실 유무 등을 감안해 정식기소나 약식기소ㆍ기소유예 등 다양한 처분을 할 수 있는데도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면책하는 것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험 면책조항으로 운전자는 자칫 안전주의 의무를 게을리하기 쉽고 사고처리를 보험사에 맡긴 채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회복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풍조가 있는 점 등에 비춰 해당 조항은 법익의 균형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교통사고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매우 높은데다 전세계적으로 보험에 가입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제기를 못하도록 한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지난 2004년 9월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었으나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