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속에 변화를 추구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며 경제를 살려내겠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주어진 과업은 지난해 그의 당선 직후 소감에 그대로 드러났다. 새해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키워드가 ‘화합과 변화 속 경제 활성화’임을 예고한 것이다. 제17대 대선에서 과반에 가까운 국민의 지지는 경제의 주름살을 펴달라는 민심의 반영이자 진보 대 보수, 수도권 대 지방, 강남 대 강북 등으로 편 가르기에 열중해온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런 만큼 이 당선자는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면서 국정 전반의 소모적 대립을 지양하고 실용과 효율이라는 기풍을 불어넣는 데 힘쓰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업투자 활성화, 부동산 문제, 공공개혁 등 민생과 직결되는 현안에 몰두하고 이 당선자가 ‘차기 정부는 친기업정부’라는 시그널을 재계에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대선 정국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호소력 있었던 것은 정권교체와 경제 살리기였다”며 “그런 면에서 능력이 검증된 이 당선자는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는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심의 변화, 이념에서 경제로=이명박 시대가 열리게 된 결정적 요인은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다. 지역주의나 정치적 이합집산의 위력도 이전만 못했고 도덕성과 정책 캠페인은 변수에 그칠 정도였다. 달리 보면 집권기간 동안 국정운영에 실패하면 정권을 갈아버린다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 반영된 선거였다. 정치권에 책임의식을 환기한 선거였던 셈이다. 무엇보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시대정신이 변했다. 지난 1997년 정권교체의 원동력이었던 민주화ㆍ변화ㆍ개혁 등의 화두는 경제와 안정이라는, 즉 먹고 사는 문제에 앞자리를 내줬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민심은 명분에만 집착하는 이념보다 실리 쪽“이라며 “이는 국민을 진정으로 편하게 하고 열심히 일할 정부를 택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정 최우선 과제, 경제 살리기=이 당선자는 일단 민심의 요구를 받들어 참여정부의 반(反)기업적 정서를 걷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20% 인하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법인세 인하 ▦수도권 공장 증설 등을 위한 규제완화 검토 등은 바로 대표적인 친기업정책들이다. 이 당선자는 이와 관련, “연 7%의 경제성장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기업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며 “가장 비효율적인 분야라는 평가를 받는 공공 부문도 개혁을 통해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용주의 기풍, 전분야로 확산=경제 이외의 각 분야에 실용과 효율이 가미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교육 분야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등 시장원리가 대폭 도입될 전망이다. 인재등용도 이 당선자의 업무 스타일을 감안할 때 학연과 지연보다는 능력 중심의 ‘탕평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실용주의 정부의 기치와 맞게 능력이 있으면 지역ㆍ정파 등과 관계없이 인재를 뽑아야 한다. 과거 정부처럼 코드 인사에 치중할 경우 국민의 냉소를 부르고 이는 실용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다. 국민 개개인의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응집시키려면 인재선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경제 살펴야 국민통합 가능=이 당선자 경제관의 초점이 분배보다 성장에 맞춰있는 만큼 소외된 계층을 끌어안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인수위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래야만 이 당선자에게 투영된 가진 자의 대변자라는 시각을 희석시키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 이와 관련,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도 취임 일성에서 ‘민생경제’와 ‘교육’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임을 밝혔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성장 중심의 경제에 치중하다 보면 서민과 중산층이 소외당하기 쉽다. 하지만 서민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를 지지했다. 그런 만큼 이들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