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서 '찬밥' 대접 '서러운' 소주

1억弗 이상 수출 효자상품 불구
"고급 이미지와 안맞다" 판매 꺼려


최근 부모님을 모시고 한 특급호텔 일식당을 찾은 김상철(39)씨는 소주를 주문했지만 종업원으로부터 소주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식 소주를 주문해야만 했다. 김씨는 "특급호텔에서 국산 소주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호텔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소주를 판매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자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는 소주가 유독 특급호텔에서만은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진로가 도매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소주를 공급하는 호텔은 프라자호텔, 명동로얄호텔, 르네상스호텔, 장충엠배서더, 세종호텔, 팔레스호텔, 독산노보텔 등 7곳에 불과하다. 이들 호텔도 대부분 연회 등 각종 행사가 있을 때 주문을 받아 소주를 공급하는 형태며 소량만이 직영 일식당이나 한식당에서 소비된다. 롯데주류도 특1급호텔의 식당에는 '처음처럼'을 공급하지 않고 있으며 리베라ㆍ소피텔 등 일부 특2급호텔에만 공급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대부분의 특급호텔 식당에서는 우리 술 가운데 '화요', '이강주' 등 고가의 술만 판매하고 소주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며 "일부 호텔 식당에서는 메뉴판에 소주가 없지만 고객이 찾을 경우 연회장에서 소주를 가져다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급호텔들이 소주를 외면하는 이유는 다른 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마진이 적은데다 호텔의 '고급 이미지'와도 맞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도 호텔에서 소주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한식당이 있는 특1급호텔은 롯데 서울, 쉐라톤 워커힐, 메이필드, 르네상스 등 4곳에 불과하며 이들 식당에서는 소주 한 병이 7,000~1만8,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주면 몰라도 소주는 찾는 고객이 그렇게 많지 않아 판매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특급호텔이 일본인 관광객들을 위해 막걸리 판매를 시작했는데 소주도 같이 판매한다면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 술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호텔들이 와인과 위스키, 사케 등은 경쟁적으로 팔면서 우리 술인 소주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 소주가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대접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소주는 지난해 세계 58개국에 전년 대비 1.34% 증가한 8만8,836㎘를 수출해 단일 수출품목으로 1억달러를 초과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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