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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발명 반세기를 빛낼 영광의 인물을 모십니다. 올해 발명의 날은 50주년이 되는 해로 매우 뜻깊은 기념식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1월 특허청이 '제50회 발명의 날'을 맞아 발명왕 추천을 받기 위해 낸 공고다.
그러나 정착 우리 과학과 산업의 씨앗인 발명과 발명인들을 기념하는 발명의 날 50번째 생일잔치를 특허청장의 공석으로 주인 없이 치러야 할 처지다. 반백 년 역사의 현장에서 발명인들은 주인이 아닌 대리인들에게 축하를 받게 생겼다.
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특허청은 오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제50회 발명의 날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특허청장 없이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발명진흥회장인 구자열 LS 회장 등이 참석해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표창 등 총 80점을 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지식산업에서 발명의 날은 특별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57년 한국 과학기술을 부흥하기 위해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이 1441년 측우기를 만든 날을 기념해 5월19일을 발명의 날로 지정했다. 발명의 날은 발명인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발명과 창의·혁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법정기념일이다 .
특허청은 이번 행사에서 반백 년 발명의 역사를 되짚고 앞으로 100년의 특허정책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허청장의 공석이 오래 가면서 미래 비전은 대리인이 새기게 됐다. 또 12일부터 19일까지 1주일을 발명주간으로 지정해 세계여성발명대회, 국제지식재산 컨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 계획이지만 청장의 장기 공석으로 빛이 바랠 처지다.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불참도 50회 생일잔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발명의 날에 직접 나와 발명인들에게 대통령표창을 수여했지만 지난해에는 경제부총리가 대신 행사에 참석했다.
현재 정부 중앙부처 가운데 수장이 없는 곳은 특허청이 유일하다. 특허청장 후임 인사는 3월17일 김영민 전임 청장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음에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1급 두 명과 미래창조과학부 1급 한 명 등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로 정부 고위급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발명의 날 이전에 신임 청장이 임명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