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오는 7월 말까지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놓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놓을 정도로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섬에 따라 여타 대기업 그룹의 기업 구조조정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7월 말까지 제3의 재무적 투자자와 대우건설 풋옵션 해결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놓기로 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절충안을 마련해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생명ㆍ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이어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마저 매물로 내놓은 것은 대우건설 풋옵션에 따른 재무 부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도 “금호그룹이 유동성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금호생명ㆍ서울고속버스터미널 외에 대우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산은이 사모주식펀드(PEF)를 통해 대우건설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지분은 금호산업 등 금호그룹이 32.5%, 풋옵션을 가진 재무적 투자자들이 38.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금호그룹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대우건설 풋옵션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가량을 지원 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면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풋옵션을 제공했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만1,000원대에서 형성돼 풋옵션이 행사되면 금호그룹은 3조원 이상을 보전해줘야 한다.
산은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향후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금호그룹이 우선적으로 재매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는 산은이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메탈 인수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음달까지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은 산은 등 채권단에 넘어가게 된다. 대우건설 매각으로 풋옵션 및 유동성 부담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지만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하지 않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찾아 풋옵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인수한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것은 아쉬운 면이 있다”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이나 제3자와 대우건설 풋옵션 해결을 위해 현재 논의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물로 나온 금호생명 인수에는 SC제일은행이 실사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보험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까지 녹십자생명 인수를 위한 논의를 지속해오다 매각가격에서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결렬된 후 금호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