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착륙 우려 덜고 있지만 디플레 리스크가 복병으로

■ 경제지표 엇갈린 신호
공업생산·고정자산투자 시장 예상치 상회 불구
생산자물가 내리막 지속…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확산


최근 공개되는 중국의 경기 지표들이 반등하며 경착륙 우려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경기 회복을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글로벌 수요가 중국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과 9일 이틀간 발표된 중국의 경기 관련 지표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걱정을 덜어냈다. 특히 6월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이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수입이 예상보다 늘어나며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무역의 반등은 글로벌 수요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비관론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안정도 일단 중국 경제를 걱정했던 전문가들을 한숨 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7월 경기지표들이 반등세를 보였다고 본질적인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경제체질 변화를 위해 성장률 하락을 감내하겠다는 리커창노믹스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성장둔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기지표 반등, 긍정론 확산=수출입 증가율의 반등과 물가 안정, 고정자산투자와 공업생산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며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론은 힘을 얻고 있다. WSJ는 중국경제가 침체에서 탈출하며 글로벌 경제 회복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레이 뉴먼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27% 늘어나는 등 원자재 수입증가는 브라질 등 브릭스 전체 경제에 활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WSJ에 따르면 브라질 철광업체 베일은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예상대로 20%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신형도시화와 맞물려 철광석의 중국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뮤리오 페레라 베일 회장은 "다시 한번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잘못됐음을 입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안정도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중국 정부가 밝힌 물가상승목표치인 3.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7%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하반기 추가 미니 경기 부양책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증가율이 2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고정자산투자는 20.1% 증가하며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공업생산은 9.7% 증가하며 두 달 연속 하락세에서 반등세를 보였다. 차오시준 인민대 금융학부 학장은 "중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복병=7월 경기지표 호전이 반짝 이벤트로는 성공했지만 디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리스크를 몰고 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성장률 하한선을 지키기 위해 고정자산투자를 유지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이미 신용거품 제거에 들어간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패트릭 쇼바넥 실버크레스트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창출 대비 경제적 수익이 가파르게 감소하며 실질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은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중국 정부가 사용하는 바스켓 물가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GDP 디플레이터를 적용하면 중국 경제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디플레이션에 바짝 근접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생산자물가(PPI)가 17개월째 디플레이션을 지속하는 상황이며 2008~2009년 위기 당시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7월 PPI는 2.3% 하락했다.

◇본질적인 리스크는 리커노믹스=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본질적인 리스크가 '리커노믹스'라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경제 체질을 내수 중심으로 바꾸며 성장보다는 개혁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착륙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에릭 라셀 RBC글로벌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 "중국의 7월 수출입 호조가 중국 성장이 꺾이고 있다는 장기 전망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수요가 충분하지 않고 수출이 실체적으로 늘어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라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4.5%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내수소비 중심으로 경제체질을 바꾸고 있지만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시장예상치보다 낮은 13.2%에 그쳤다.

마켓워치는 최근 중국이 투자 주도에서 소비 중심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면 중국 정부가 거시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7.5%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리커창 총리의 발언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