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진의 할리우드 21] <26> '삶의증거' 개봉 첫주 3위

[박홍진의 할리우드 21]'삶의증거' 개봉 첫주 3위 영화 촬영중 주연배우 멕 라이언이 상대역인 호주 태생의 젊고 늠름한 러셀 크로우에게 빠져 가정을 내팽개쳐 큰 화제가 됐던 영화'생존의 증거'(Proof of Life)가 지난 8일 전 미국에서 동시에 개봉됐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지극히 평범한 로맨스 액션 스릴러에 지나지 않아, 영화보다 오히려 유부녀 바람 난 가십이 더 재미있다고 하겠다. '영화에서 납치된 멕 라이언의 남편을 구출하기 전에 영화부터 먼저 구해야 되겠다'(USA투데이)는 등 비평가들의 뜨뜨 미지근한 반응과 함께 개봉 첫 주말 총 1,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 3위로 데뷔했다. 이런 액수는 라이언과 크로우라는 두 빅스타가 나오고 또 센세이셔널한 가십거리를 만들어 낸 영화의 수입으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다. 남미 데칼라라는 가상국에서 댐공사를 맡고 있는 미국인 기술자 피터(데이빗 모스)를 게릴라들이 납치, 몸값 300만달러를 요구한다. 그러나 피터의 회사가 납치보험을 취소한 바람에 피터의 아내 앨리스(멕 라이언)가 혼자서 남편을 구해내야 할 판이다. 앨리스가 고용한 남자는 납치와 몸값 전문가인 테리(러셀 크로우). 그런데 처음에 보험이 취소된 것을 알고 런던의 본부로 돌아갔던 테리가 느닷없이 앨리스를 다시 찾아와 무료봉사 해주는 대목이 있는데, 그 까닭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영화의 3분의 2정도는 테리와 게릴라간의 무선기를 통한 지루한 협상과 이 과정에서 앨리스와 테리간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애정묘사로 이어진다. 영화는 두 남녀의 이런 애정관계를 합리화 시키려고 앨리스와 피터간의 충돌과 앨리스의 태아 유산 같은 것을 억지로 끼어넣는다. 이어 영화의 3분의 1은 테리와 용병들이 정글속으로 침투해 피터를 구해내는 것으로 메워지는데 액션신도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영화는 남미판 '카사블랑카'식으로 끝이 난다. 긴장감이나 흥분감이 약한 평균미달의 상투적 액션 스릴러 멜로물로 '사관과 신사'와 '악마의 제자'를 감독한 테일러 핵포드의 솜씨가 무디다. 그리고 각본도 여지가많은데 그래서 LA영화비평가협회 동료 회원인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 모건스턴으로부터 욕을 박아지로 얻어 먹었다. 영화에서 라이언과 크로우의 화학작용이 신통치 않은데도 둘이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일. 빗질하지 않은 듯한 헤어 스타일의 라이언은 이옷 저옷을 바꿔 입어가며 바보처럼 입술을 조금 벌린채 마치 무슨 기적현상이나 보는 것 같은 눈동자로 크로우를 바라보면서 이 남자를 유혹했는지 모르겠다. '아메리칸 스위트하트'의 이미지를 지키려고 아주머니가 돼서도 철딱서니 없는 틴에이저 행동을 하고 있는 라이언은 카메라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의 연기야말로 참으로 구태의연하고 맹한 연기라고 하겠다. 그런데 당초 영화에서는 라이언과 크로우가 호텔방에서 알몸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있는데을, 남편이 사지에 빠진 중에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 지나치다 고해 간단한 키스신으로 교체됐다. 제목은 납치범들이 피해자 가족에게 인질이 생존해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등의 증거를 뜻한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 미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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