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고승덕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는 조희연(사진) 서울 교육감이 20일 국민참여재판에 선다. 선출직 고위공직자로서 이례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심원단 평결이 특별히 부당하지 않는 한 법원은 그 평결을 존중해 판결하는 게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인 만큼 조 교육감의 운명은 배심원단 7인에 좌우되게 됐다. 특히 조 교육감이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한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학생자치 활성화 등의 핵심 사업도 국민의 뜻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20일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첫 국민참여재판은 23일 1심 판결이 내려진다. 21일에는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의 당사자인 고승덕 전 후보가 증인으로 참석해 관련 의혹의 사실 여부를 직접 증명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조 교육감은 20일부터 4일간의 재판 일정 전체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는 게 서울 교육청 측 설명이다.
조 교육감 측은 국민참여재판이 조 교육감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애초에 검찰이 반대했지만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결국 여론에 맡기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선거 운동 기간 당시에는 선관위에서 경고 조치로 마무리한 것을 검찰에서 무리하게 기소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 측은 특히 허위사실을 유포한 게 아니라 영주권 의혹이 있으니 해명해 달라는 입장이었다는 것을 적극 주장할 방침이다.
최진녕 변호사는 이와 관련, "조 교육감 측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아니라, 의혹이 있으니 밝혀달라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판단이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자칫 감성에의 호소 등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지만 그런 부분을 걸러내는 게 판사가 해야 할 일인 만큼 섣불리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100만원이라도 벌금형을 선고받게 될 경우 대법원의 최종 선고와 동시에 당선이 취소된다.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유무죄 여부를 가리는 1년여의 법정 싸움 동안 교육감으로서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는 것도 조 교육감으로서는 부담요인이다.
실제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사후 매수 혐의로 기소돼 2012년 9월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아 임기 3년 차에 당선 무효가 된 곽노현 전 교육감도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서울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설립, 무상급식 확대 등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뒤집어진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