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버랜드 항소심 판결, 악용돼선 안된다

[사설] 에버랜드 항소심 판결, 악용돼선 안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항소심에서 전ㆍ현직 대표이사가 배임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8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의결 정족수 미달이어서 무효인 이사회 결의에 의해 7,700원이라는 현저히 낮은 가격에 전환사채를 이재용씨 등에게 배정해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에버랜드 CB 가격을 최소한 1만4,825원으로 본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였다. 지난 2005년 1심 판결 내용과 다른 점은 1심에서는 CB 가격이 헐값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정 주가를 평가할 수 없어 이재용씨가 얻은 이익액도 산정할 수 없다면서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으나 항소심 판결에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더 이상 편법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항소심 판결의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삼성 측은 CB 발행으로 인한 손해는 주주의 손해이지 회사의 손해가 아니며 CB 가격도 적정했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히고 있어 이 사건의 최종적인 진위는 대법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당사자인 삼성 측은 물론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재용씨의 에버랜드 지분을 둘러싼 도덕적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주들의 차액지급 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 등이 있을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안 등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CB 발행가격의 적정성 등은 평가와 판단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헐값 발행이라는 법원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사후적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 가격을 유추하는 것은 방법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헐값 발행이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회사라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안의 성격을 감안할 때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조용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을 대기업 공격의 빌미로 삼거나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는 데 활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경영이 흔들리거나 이미지가 나빠질 경우 그 피해는 바로 우리 경제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5/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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