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이 `세계 금연의 날'이었지만 아직도 흡연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금단 욕구를 참지 못해 흡연량을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파트타임 흡연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금연을 하지 못하는 파트타임 흡연자로 돌변하는 데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화가 나서 한 개비만 피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 피운다, 식후에만 피운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파트타임 흡연으로 흡연량이 평소보다 대폭 줄었다고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까? 파트타임 흡연에 대한 행태들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 흡연량 줄었어도 위험은 마찬가지 = 평소보다 흡연량을 대폭 줄였다면 인체에 끼치는 해악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6월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에서 흡연자 2만명을 대상으로 14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보면 흡연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각종 폐질환의 위험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흡연량을 줄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독성물질인 연기를 더 깊게 빨아들이는 게 한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담배는 한 개비만 피워도 니코틴이 혈관속으로 흡수되면서 혈압이 오르고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에 흡연량을 줄여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다른 임상조사 결과를 들자면 유럽에서 수 천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16년에걸쳐 실시한 조사 결과, 흡연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흡연관련 질병 위험은 골초와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서도 담배를 덜 피우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파트타임 유형별로 알아보는 오류
▶ "난 술을 마실 때만 담배를 피워서 괜찮아" = 술을 마시면 맥박이 빨라져 심장이 힘차게 움직인다. 이때는 심장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돼야 인체의 정상 가동이가능한데, 담배를 한 두 개비라도 피우게 되면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 공급을 방해하게 된다. 결국 심장 기능에 부담을 주게 되고 심장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응급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 "스트레스 때문에 한 개비 피웠어" = 회의나 심리적으로 흥분된 상태가 되면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매우 많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반응은 대개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나타나는 니코틴 반응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몰려오면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 여기에 흡연까지 가세한다면 심폐기능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은 두말할 여지없다. 스트레스로 흡연 욕구가 생겼을 경우에는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방법으로 전환해보는 게 좋다.
▶ "난 깊게 들이마시지 않아서 안전해" = 일명 `빠끔 담배', `입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그 독성이 흡수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주 소량일지라도 담배의 독성이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다. 이 정도의 `기분내기' 흡연일지라도 기관지 점막을 마르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킨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다. 술은 한 두잔 마셔도 좋지만 담배는 입담배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 "장수한 처칠 수상도 입담배를 즐겼다는데" = 골초로 유명한 처칠이 장수했다는 이유로 많은 흡연자들이 스스로를 위로한다. 물론 처칠은 골초였지만 속으로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는 소위 입담배를 즐겼다고 한다.
입담배는 단지 암 발생 중심 장소를 폐에서 구강으로 바꿀 뿐이다. 극히 운이좋았던 처칠의 경우가 자신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만용에 불과하다.
폐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호흡기에 해악이 적을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담배 연기를 머금은 입 안에 좀 더 높은 강도의 성분들이 머물게 되면서 구강암에 걸릴 우려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입안의 산소 농도를 줄여서 치주질환의 원인이 되는 혐기성 세균을 증식시켜 입냄새가 심해지고 질환이 생길 우려가 커진다. 특히 술을 마시면서 입담배를 피우는 것은 구강암을 촉발시키는 행위다.
▶ "담배 피우고 과일을 많이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 담배의 유해성분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고 과일이나 야채를 즐기고 있다면 잘 골라 먹어야 한다.
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오렌지, 감, 귤, 호박, 당근, 살구 등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 카로틴이 많이 든 과일, 야채류는 흡연 중인 상태에서는 금하는 게좋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폐암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암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담배의 유해성분은 베타 카로틴을 변형시킴으로써 폐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따라서 과일은 금연후에 섭취하는 게 건강에 이롭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토마토는 예외다. 토마토에 함유된 `라이코펜'이란 성분은 강력한 항암효과가 있는데 흡연 중이더라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의 도미니크 미쇼 박사가 12만4천명을 대상으로 10여년간 실시한 건강조사자료를 보면 토마토의 라이코펜이 니코틴 해독작용을 해줘 폐암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밖에 토마토 외에 사과도 흡연자들의 폐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