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其所不趨 趨其所不意 行千里而不勞者 行於無人之地也(출기소불추 추기소불의 행천리이불로자 행어무인지지야). ‘적이 급히 추격할 수 없는 곳으로 진격하라. 적이 급히 추격할 수 없도록 의도하지 못한 장소를 공격하라. 천리 길을 행군해도 아군이 피로하지 않은 것은 적군이 없는 지형으로 다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라운드 했던 스코어카드를 한번 들여다보자. 따져 보면 스코어는 기준타수(파)에다 실력의 차이에 의한 핸디캡, 그리고 실수에 따라 늘어난 숫자를 보탠 것이다. 대개 72인 기준타수는 홀마다 2퍼트를 하는 것으로 가정한 것이다. 때문에 그린에 도달하기 전까지 36타, 그리고 그린에서 36타를 합쳐 72타가 된다. 특히 아마추어의 경우 그린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스코어가 크게 불어난다. 뜻하지 않은 티샷 OB, 벙커나 해저드, 뒤 땅 치기 등으로 온 그린 이전에 이미 그 홀의 기준타수를 초과하고 만다. 코스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아무리 짧은 파4나 파5홀이라 해도 단번에, 2번에 볼을 올려대기는 힘든 것이다. 그날 라운드에서 타수를 많이 까먹었던 홀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 길이가 짧고 그리 어렵지 않은 홀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버디를 쉽게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홀이 있다. 코스 설계자는 바로 이 점을 노린다.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강한 도전의식을 일으키고 무모한 샷을 날리게 만든다. 의욕적으로 나서지만 티잉그라운드의 경사, 페어웨이의 복합적인 기복, 빠지기 적당한 위치에 배치한 워터해저드나 벙커 등이 플레이를 방해한다. 골프 금언 가운데 ‘짧을수록 짧게 보내라’는 것이 있다. 짧은 홀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게 마련이며 티샷을 멀리 보냈을 때 오히려 애매한 거리가 남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손자병법 허실(虛實)편의 이 구절은 적의 방비가 없는 곳으로 진출해야 함을 강조한다.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을 때는 핀을 직접 공략하지 말고 장애물과 장애물 사이 그린이 열린 곳을 겨냥하면 그린 밖에서 퍼터로도 쉽게 핀에 붙일 수 있어 파 세이브도 무난하다. / 유응렬 SBS골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