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일본은행의 독립선언

[경제수필] 일본은행의 독립선언어느 나라에서나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는 원만치 못하다. 서로 다투는 일이 많다. 미국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대개 정부의 힘이 더 세고 중앙은행은 열세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독립이 심심찮게 시비거리로 등장한다. 일본도 그런 나라의 하나였다.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인 금융정책의 결정권도 사실상 정부 손에 넘겨져 있었다. 그 일본의 중앙은행(일본은행)이 최근 「반란」을 일으켜 독립을 선포해버렸다. 제로 금리정책을 해제한다고 결정해버린 것이다. 제로 금리의 해제는 지난 봄 일본은행이 운을 뗀 이후 정부가 맹렬하게 반대해온 사안이다. 미국 정부까지 가세해서 제로 금리를 해제해서는 안된다고 일본은행을 견제했다.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일본정부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의결연기를 청구하기까지 했으나 일본은행의 정책심의위원들은 압도적 다수로 이를 부결시키고는 제로 금리해제를 의결해버렸다. 제로 금리의 해제 자체는 사실 별것이 아니다. 제로 금리를 해제한 다음의 금리 유도목표가 0.25%에 불과할뿐 아니라 금융의 양적 확대정책은 유지될 것이라고 일본은행 자신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가 충격을 받았다는 징후도 아직 없다. 그러나 이번 일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앙금은 더 쌓이게 되었으며 불신의 골은 더 깊어졌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관계 수복이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정부나 정치계에서는 여전히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의 장기 침체도 중앙은행의 판단 미스와 금융정책의 실기때문이며 앞으로도 그럴 위험은 계속된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행법을 개정하여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었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 쪽은 과거의 실패는 오히려 정부나 정치의 개입에 의해 빚어진 것이며 중앙은행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무엇보다도 앞서 확립되어야할 관행이라고 보고있다. 중앙은행의 독립 확보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시비거리가 된적이 있다. 또 지금은 정부와 중앙은행간에 금융정책에 관해 이견(異見)이 있음직한 시기이기도한데 아직은 마찰음이 들리지 않으니 다행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鄭泰成(언론인)입력시간 2000/08/27 18:1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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