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줄줄이 엑소더스… 전면 구제금융 가능성 커져… EU·ECB 행보 최대 변수

■ 스페인 국채금리 장중 7% 넘어


그리스가 17일 2차 총선에서 신민당의 승리로 위기 봉합의 첫걸음을 뗀 반면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단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7.08%로 치솟아(국채 값 폭락)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비교적 낙관적인 그리스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을 떠나는 국채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스페인 국채금리는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지난 9일 이후 시장의 기대와 반대로 가파르게 치솟았다가 14일에도 장중 '마지노선'인 7%를 넘겼다. 채권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5%를 넘기면 재정운용에 부담이 커지기 시작해 7%선마저 상회하면 사실상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해석한다. 국채금리 7%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국채 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이유는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로열뱅크스코틀랜드(RBS)는 스페인 정부가 자국 은행을 정상화하는 데 오는 2014년 말까지 2,760억유로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이 받기로 한 1,000억유로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만일 국채시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설령 구제금융을 신청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경우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내각 총사퇴, 조기 총선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스페인이 그리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 장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돈 속으로 밀어넣을 수밖에 없다.

우울한 경제 상황도 스페인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쏟아져나오는 배경이다. 스페인 금융위기는 2006년 집값 버블이 일어났을 때 시중은행들이 마구잡이로 풀었던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일어났는데 올 1ㆍ4분기 스페인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3%가량 폭락해 사상 최악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깡통 주택'이 속출하면서 은행 재정이 더욱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스페인의 실업률은 25% 수준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일손을 놓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스페인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EU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28~29일 이틀간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프랑스와 스페인ㆍ이탈리아가 손을 잡고 총 5,000억유로의 유로안정화기구(ESM) 자금을 부실은행에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 밖에 ECB가 한동안 중단했던 국채 매입을 재개할지도 관심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은행 동맹, 유로본드(유럽 공동 보증채권), 방화벽 추가 확충 등 근본적 해답이 나오기 전에는 스페인 위기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