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매각] 은행 구조조정 외과수술 마무리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으로 정부가 집도한 은행구조조정의 대수술작업이 일단 마무리됐다.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부실을 정리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외과적 수술은 종료됐다. 은행의 경영기법을 선진화하고 부실의 재발을 막는 내과적 치유작업이 남아 있다. ◇선진 경영기법의 도입과 국제신인도 제고= 서울은행의 매입자가 세계 최대은행중 하나인 홍콩샹하이은행(HSBC)그룹이란 점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캐피탈은 미국계 투자은행이다. HSBC는 영국계 정통 상업은행이다. 금감위는 미국계 자본과 유럽계 자본이 동시에 국내에 진출함에 따라 미국의 금융기법과 유럽의 금융기법이 국내에 조화롭게 도입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과의 경쟁을 통해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SBC의 국내진출은 국제신인도 제고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HSBC측은 서울은행인수를 계기로 『아시아와 세계에서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되는 한국에 진출하게 돼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보수적인 경영행태의 세계적인 은행이 한국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평가, 국내 은행을 인수했다는 점은 외국 투자가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부문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위 당국자는 『대외 신인도 제고와 선진 경영기법의 도입을 위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서울은행을 해외에 매각하는게 바람직했고, 특히 정통 상업은행에 매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구조조정 대장정 마무리=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계기로 6대 시은이 모두 모습을 바꿨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등 6개 은행이 모두 형태를 바꿨다. 조흥은행은 강원-충북은행과 합병키로 했고, 상업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으로 탄생했다. 제일과 서울은 외국은행으로 변모했고 외환은행도 독일계 코메르츠은행의 자금과 경영기법을 도입한 합작은행으로 변했다. 다른 은행들도 판도 변화를 겪었다. 5개 은행이 퇴출됐고 국민 장신과 하나 보람은행도 각각 합병했다. 한보 부실 대출을 계기로 노출된 은행권의 부실이 은행 합병과 ,정리, 매각 등을 통해 해소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은행 부실화의 출발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이었다. ◇본격적인 경쟁시대 도래와 은행 경영관행의 변화= HSBC서울지점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5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97년말 자기자본은 2,646억원에 불과하다. 자기자본의 20%에 달하는 이익을 상반기에 거둔 것이다. 같은 기간동안 국내은행들은 수조원의 결손을 기록했다. HSBC는 국제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서울은행의 영업망을 통해 국내시장을 잠식할게 분명하다. 한빛은행 등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합병은행들과 제일, 서울 등 외국자본에 넘어간 은행들의 경쟁을 통해 은행산업에 본격적인 경쟁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외국은행은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놔두면서 국내은행의 경영에 일일이 간섭할 수 없게 돼 관치금융도 힘을 잃게 전망이다. ◇남아있는 과제= 상업적 판단에 따른 은행경영은 부실 기업들에게는 여신회수라는 공포로 표현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 재무제표가 나쁜 5대 재벌그룹 등은 여신을 회수당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성장성 재무제표 등을 고려해 매몰차게 여신을 회수하는게 외국 금융기관들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풋백옵션 등을 통해 배드뱅크로 기업여신을 넘길 경우 해당 기업들은 배드뱅크의 지원으로 자금은 융통할 수 있지만, 이미지 악화 등으로 사업활동 자체에 지장을 받게된다. 소액주주지분 소각문제도 정부에게는 골칫거리다. 감자를 당한 뒤 정부가 1조5,000억원을 출자해 이를 믿고 투자한 상태에서, 서울은행은 또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HSBC와의 합의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유상소각키로 했으나 자본잠식 상태에서 값을 제대로 쳐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부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따질 가능성이 높다. 또 HSBC가 서울지점과 서울은행을 합병할 계획이어서 서울은행 직원들의 고용도 불안정한 상태다. 금감위 관계자는 『별다른 신분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HSBC측은 『지금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히고 있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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