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당분간 지분 매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 7일 대우조선 지분 매각을 위한 매각주관사 선정에 나서면서 산은 지분을 함께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0일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 매각에 소극적이고 지금으로서는 안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동시 매각의 길은 계속 열어둘 생각"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올 2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청산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갖고 있던 대우조선 지분 17.15%를 넘겨받았다.
당국은 "정부가 기업 지분을 갖고 있는 게 부담"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달 들어 매각주관사를 새로 뽑아 재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중 매각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산은이 대우조선의 지분 31.46%를 갖고 있어 이를 함께 처분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많았다. 이 경우 대우조선의 경영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이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산은이 보유 주식에 대해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아 경영권 이양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동시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은 우선 금융위 지분을 먼저 떨어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사들일만한 곳이 없어 금융위 지분만이라도 팔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갖고 있는 지분의 매각 성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산은마저 시장에 나서면 일이 더 꼬일 수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 지분 매각만 해도 적정한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 자금 회수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산은까지 지분을 팔겠다고 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이기 때문에 금융위만 지분 매각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