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우리에게도 박완서에 의해 노년문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는 박완서 작가가 9년 만에 선보인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에 수록된 9개의 단편 소설 가운데 6작품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을 주인공으로 했다. 표제작인 '친절한 복희씨'를 포함해 '그리움을 위하여', '대범한 식탁' 등에서 노년의 고독과 일상을 감칠 맛나게 그려낸 작가의 필치를 느낄 수 있다. 책은 11월 2주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집계한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있다. 출판사는 12만 부를 인쇄했고, 8만 부 가량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발간된 지 1달이 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팔리는 속도가 꽤 빠른 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구매자의 연령대가 상당히 높다는 것.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책의 주된 구매층은 30대 이상이다. 전체 구매자 가운데 30대 이상이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개 소설 구매자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이 60% 정도 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구매자는 분명히 차이가 난다. 이는 박완서라는 작가의 브랜드 가치이자 우리 소설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장치이다. 김병익 평론가는 그 동안 우리 문단에서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쓰는 작가는 이청준 정도 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대는 변했다. 노인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이들의 경제력과 문화 수준은 무시 못할 정도다. 노년의 삶에 대한 성찰을 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에 대해 중장년층이 관심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책은 중장년층에게 문학적 향수를 자극하고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측면에서 평가받고 있다. 중장년층부터 노년층까지를 출판계의 새로운 구매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좋은 상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