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도서를 공급해 오던 도서 총판 수송사가 부도를 맞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대형 마트를 대상으로 영업하던 대형 총판 업체 KG북플러스가 부도를 맞는 등 최근 1년 사이 출판 도매상 3~4곳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출판업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5일 출판계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대형 마트와 일부 온라인 서점에 어린이 서적과 잡지, 단행본 등을 공급해 오던 수송사가 4일 당좌거래가 정지되면서 부도를 맞았다. 수송사의 부도 어음 규모는 총 65억 원이며 100여곳의 출판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30여년 역사의 수송사는 종로구를 중심으로 대형서점에 월간지를 판매하던 도서 총판 업체로, 10여년 전부터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도서 공급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아동도서 판매 비중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데다 대형마트에서 요구하는 수익률을 보전하지 못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요구하는 수익률이 너무 커서 마트와의 거래 비중이 높을수록 총판이나 출판사로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익률 악화를 견디지 못해 상당수 출판사들이 대형마트 도서 공급을 줄이면서 수송사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출판 시장에 큰 충격을 준 KG북플러스 부도 역시 대형마트 위주의 영업을 벌이다 벌어진 것으로, 당시 부도어음 규모는 2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최근 몇 년간 도서 총판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출판 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형마트뿐 아니라 온라인 서점도 높은 수익률 보전을 요구하는 데다 온라인 광고를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출판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출판계에서는 프랑스처럼 ‘완전한 도서정가제 정착’만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도서정가제인 ‘랑법’은 출판사가 도서정가제를 결정한 후 2년 동안은 정가를 바꿀 수 없으며 할인율은 정가의 5% 이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도서정가제는 출간된 지 1년 6개월 이내인 신간만 적용대상이며, 최대 19%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도서정가제가 무너지고 과도한 할인 경쟁이 벌어지면서 거대 자본을 가진 업체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변질돼 영세 출판사들과 중소 서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