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희망을 말하다] 우오현SM그룹 회장

"이젠 M&A보다 내실 다질때"


"영원히 좋은 회사도, 영원한 나쁜 회사도 없습니다." 지난 수 년간 거침없는 기업인수와 인수 기업의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로 화제를 모았던 SM그룹의 우오현(55ㆍ사진) 회장의 지론이다. 건설사업으로 잔뼈가 굵었던 그가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 2004년 이후 인수한 기업은 총 17개사. 실패의 경험도 물론 있었지만,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상태에 놓인 제조업체들을 인수해서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은 이제 그의 주특기가 됐다. "파산으로 향해가는 회사도 조금만 도와주면 우량회사로 바뀐다"는 그의 지론은 SM의 여러 계열사를 통해 직접 구현돼 왔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간 워크아웃 상태에 머물던 남선알미늄은 지난 2007년 SM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매출 회복과 신규사업 개척 등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선알미늄·TKC등 인수해 1조 넘는 매출 달성
"계열사 정리·재편해 R&D·고부가가치사업 집중"
남선알미늄 자동차사업부문(옛 대우라이프)의 경우 불량률 27%에 달하는 파산 일보직전 기업에서 인수 6개월 만에 불량률이 3.7%로 떨어지고 낮추고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우량회사로 거듭났다. 이들 계열사의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작년 5월 인수한 티케이케미칼(옛 동국무역ㆍTKC) 역시 M&A 1년 만에 수백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흑자기업으로 거듭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7,800억원 매출을 예상하는 TKC는 당초 목표이던 '2013년 1조 매출 달성'을 내년으로 앞당길 채비에 나서고 있다. 올 가을에는 지난 2002년 상장폐지의 굴욕을 씻고 증시 재상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들 기업의 부활을 진두지휘해온 우 회장은 경영 턴어라운드의 노하우를 묻자 무슨 비결이 있겠냐며 손사레를 쳤다. 다만 그는 "남의 손에 맡기는 사업은 실패한다"는 말과 함께 '협조와 고른 분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0여 년씩 어려움을 겪은 기업을 인수하다 보니 노조가 회사 일을 더 걱정하고, 이해하고 협조를 해 주더라"는 우 회장은 "어려울 땐 경영자나 직원이나 월급을 제대로 못 받아도 참고 열심히 뛰고, 대신 이익이 나면 직원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 베푼다면 노사간에 무언의 교감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TKC가 올 상반기에 225억의 영업이익을 올리게된 데는 임직원과 노조가 월급 10%를 자진 삭감하면서 경영 정상회에 분투한 결과라는 것이다. 우 회장 자신도 TKC의 경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올 초부터 TKC로부터는 월급 한 푼, 법인카드 한 장 받지않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최대 매출을 올리는 TKC를 끝으로 우 회장은 그동안의 공격적인 M&A 행보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추가 M&A 계획을 묻자 "M&A는 이제 접겠다"는 한마디 답변이 돌아왔다. "직접 챙기지 못하는 기업 인수는 실패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2008년 현재 SM그룹은 총 매출 1조1,400억대, 그룹 종업원 수도 3,000명에 육박한다. 우 회장은 "이제부터는 그룹의 내실을 갖춰야 할 시기"라며 "보이지 않게 물이 새는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시너지가 예상되는 계열사는 서로 합쳐서 그룹을 4개 군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개 군은 진덕산업 중심으로 뭉치게 될 건설사업, 남선알미늄이 주축이 되는 철강사업, 벡셀을 중심으로 하는 화학사업, 그리고 TKC가 구심점이 되는 섬유사업이다. 이렇게 그룹을 재편하고,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R&D에 주력한다는 것이 앞으로의 그의 경영전략이다. 우 회장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친환경제품을 갖춰야 10년 뒤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며 "멀리서 찾는 초우량기술보다 기존의 제품을 활용하는 친환경제품을 만들기만 해도 수십조, 수백조 규모의 대체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에 안타는 스티로폼, 땅에서 썩는 PVC플라스틱, 발포성 알미늄 등 그의 아이디어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아직 중소기업이 자생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구조에서 이기는 방법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길 뿐"이라며 "인체에 무해한 각종 제품 개발에 앞장서 세계시장을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SM그룹은…

전통제조업체들 공격적 인수
11개 계열사 영업익 312억

SM그룹은 지난 88년 삼라건설을 모기업으로, 섬유와 화학, 건축자재 등의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1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04년 진덕산업을 계열사로 편입한 이래로 남선알미늄이나 TKC처럼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파온 전통 제조업체들 가운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인수를 진행해 왔다. ▦섬유부문 계열사로는 TKC와 경남모직, 경남모직 컬렉션 ▦건설ㆍ건축자재 계열사는 삼라, 진덕산업, 남선알미늄, 한통엔지니어링 ▦화학부문으로는 남선알미늄 자동차부문(구 대우라이프), 벡셀, 조양, B.C.P.I 등이 있으며 작년 기준으로 그룹 총 매출은 1조1,441억원, 영업이익은 31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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