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이걸 설명해야 하나요."
얼마 전 상장기업 A사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내용을 보충 취재하기 위해 기업설명(IR)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귀를 의심하게 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도 기가 막혀 주주에게도 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주주에게도 마찬가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수에게만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경우 공시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 다른 상장기업 B사의 IR담당자는 기관투자가가 아니면 대답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소액주주와 언론의 질문에는 답할 수 없고 거액을 투자하는 기관에만 IR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7일 현재 국내 증시 상장 종목수는 1,952개. 지난해 1년간 67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고 97개 기업이 유상증자에 나서 13조원에 육박하는 투자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조달했다. 기업들에 주식시장은 회사 성장의 원천을 얻을 수 있는 창구고 주주는 그런 회사를 믿고 밑천을 대준 회사의 주인들이다.
그런데 주주들에게 투자를 받을 때, 기업공개(IPO) 때는 최고경영자(CEO)까지 발벗고 나서 그렇게 친절할 수 없이 굽신거렸던 기업들이 막상 상장 이후에는 '나 몰라라'할 때가 많다. 기업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소중한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투자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기업에 설명을 요구하지만 '친절한'회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IR은 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을 회사의 주인, 그리고 예비 투자자들에게 보고하는 활동으로 상장회사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흔히 주식담당자로 일컫는 상장사의 IR 담당자(물론 CEO도 포함)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을 방기한다면 상장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IR은 기업의 주가를 높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투자자금을 모을 때만 하는 반짝 마케팅활동도 아니다. IR의 투자자(investor)와의 관계(relationship)을 의미한다. 투자자와의 관계를 방기한 IR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