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검역중단 조치를 발표한 다음날인 3일 서울의 한 대형 할인마트 내 미국산 쇠고기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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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형 마트나 미국산 쇠고기 전문식당의 판매 급락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유통매장에서는 발빠르게 호주산 쇠고기 시식회가 진행되는가 하면 수입 쇠고기 식당들도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으로의 전환을 검토하는 등 검역중단 조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13일부터 대형 마트 중 가장 먼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 지금까지 총 180톤가량을 판 롯데마트는 검역중단 소식이 전해진 2일 하루 판매량이 5~6톤(냉동육)으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초 냉장육이 모두 바닥나면서 냉동육만 판매하고 있는 상황인데 일평균 3톤 정도 팔리던 냉동육만 놓고 보면 판매량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검역중단 조치가 장기화되더라도 일주일 정도면 남은 물량(냉동육 34톤)을 모두 소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2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마트 역시 2일 미국산 쇠고기 판매량이 20톤을 기록, 전날 대비 1~2% 하락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300톤가량의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고 현재 남은 물량은 80톤 정도”라면서 “8월부터는 냉장육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수입업자와의 계약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2일 미국산 쇠고기 판매량이 2톤을 기록해 주중 평균 판매량(2톤)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형 마트 쇠고기 매장은 소비자의 발길이 끊겨 평상시보다 한산했다. 평소에는 오전10시면 냉장육이 모두 동나는 등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들로 북적대던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검역중단 발표 다음날인 3일 오후 평소 같지 않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며칠 전까지 미국산 쇠고기 시식행사를 벌이던 축산물 코너에는 대신 호주산 쇠고기 시식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장에서 호주산 쇠고기를 시식하던 김모씨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됐다고 해 사기가 꺼려진다”며 “대신 호주산 쇠고기를 구입할까 망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시중 음식점들 역시 판매량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검역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수급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래드림’ ‘소가미소’ 등 프랜차이즈 점포 위주로 미국산 쇠고기를 공급하는 에이미트의 박창규 회장은 “현재 검역을 통과해 보관 중인 80여톤의 물량으로 앞으로 한달가량은 판매가 가능하지만 검역중단이 장기화돼 20일을 넘길 경우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9일 미국산 쇠고기 동시판매에 들어가려던 20여개 유통업체 및 미국육류수출협회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행사 진행과 관련돼 변경된 사항이 없으며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업체도 없는 상태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