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민주당이 바라는 '한 방'은 없다

대통령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3~5%포인트 앞서고 있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지만 민주당도 문 후보가 지지율에서 3% 안팎 뒤져 있다는 분석 속에 추격전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앞으로 남은 선거전에서 일주일에 1%씩 착실히 따라잡으면 막판에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달아올라도 문 후보 지지세가 확산되는 조짐은 찾기 어렵고 박 후보는 야권의 공세를 뚫고 뚜벅뚜벅 전국을 누비고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를 주저앉히는 데 한몫 했던 문 후보의 국정 경험도 박 후보에게는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오히려 참여정부의 실패를 인정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재협상 등 말을 바꾼 문 후보가 원칙 있고 약속을 지키는 면모를 내세워온 박 후보에 비해 국정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문 후보의 '서민 대통령론'은 다운 계약서 작성과 명품 소파 논란 속에 스타일을 크게 구겼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려온 박 후보의 벽이 만만치 않자 민주당에서는 소위 '한 방의 추억'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누른 후 단숨에 이회창 후보를 넘어서고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 승리한 '어게인(Again) 2002'다. 열쇠는 전격 사퇴 후 잠행 중인 안 전 후보를 문 후보 선거전에 극적으로 등장시켜 김빠진 단일화를 기사회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 양측의 불협화음만 확인하고 돌아선 중도층이 마음을 추스르더라도 문 후보 측 바람몰이에 휩쓸릴지는 미지수다.

새 정치를 바랐던 이들은 박ㆍ문 두 명 중 누가 청와대 주인이 되더라도 그들의 팍팍한 삶과 미래가 한 방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되레 참여정부의 무능과 연관 비리들이 불쑥불쑥 터져 문 후보가 여당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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