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말 일부 사회학자들은 정보기술(IT)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를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인간을 개인화하고 고독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사이버 세상에 또 하나의 자아를 만들어 몰두하게 되면서 가족과 지역사회의 유대의식은 희박해지고 개인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사학자인 요한 호이징가가 `유희(遊戱)하는 인간(호모루덴스)`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사람들은 가상세계에서도 고립과 고독의 병에 빠지는 것을 거부했다. 사람들은 수많은 사이버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와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칫 잊거나 외면하기 쉬운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도 공감을 갖고 마음을 나눈다. 가난과 병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일상을 알게 되고 이를 돕기 위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사람들은 그들의 애틋한 사연을 접하고 따뜻한 마음을 공유함으로써 온라인상에서 훈훈한 커뮤니티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최근 사이버 공간을 통한 자선의식과 나눔의 문화 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형성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성탄절과 연말을 맞아 많은 기업, 사회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한 자선행사를 갖는다. 자선경매나 자선 이벤트, 성금 모금활동이 줄을 잇고,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뜻과 정성을 손쉽게 표현한다.
인터넷 자선바람은 단순히 금전적 모금운동뿐 아니라, 자선활동에 참가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자선 관련 동아리를 형성한다. 또한 소년소녀 가장이나 무의탁 독거노인, 장애우, 불우 청소년을 직접 만나 그들과 대화하면서 아픔을 함께 나누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러한 만남이 국경을 초월하기도 한다.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된 자선문화는 오프라인과 융합되면서 더욱 큰 시너지를 낸다. 온라인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이는 온라인상의 자선 커뮤니티를 더욱 공고하게 해준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자선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에 서로 돕고 사는 따뜻한 문화를 키워가고 있다.
비록 어려운 경제상황이지만 보다 많은 네티즌들이 사이버상의 자선활동에 작은 뜻을 모으기를 바란다. 또 기업과 사회단체는 연말연시의 의례적인 이벤트성 행사 차원을 넘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업들이 보다 쉽게 자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과 같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자선은 바로 공익이라는 국가의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옥션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