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은 각종 특판으로 외형을 확대하려는 경쟁을 지속했고 이로 인해 예금금리도 줄곧 인상됐다.
대출에 있어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에 주력했고, 치열한 대출경쟁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택대출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또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수익증권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펀드 수신잔액도 크게 늘었다.
◇ 주택담보대출 급증세 유지 = 작년 하반기 매달 1조2천~1조6천억원 범위에서 증가폭을 유지해오던 주택담보대출은 올들어 1월 3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월(6천억원)과 3월(1조2천억원)에 들어 서서히 증가하더니 4월과 5월에는 각각 3조2천억원과 3조1천억원으로 급증했다.
3.30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대출확대 경쟁과 신규아파트 입주로 증가폭이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도 지난 21일 현재 2조89억원이 증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대비 10조6천억 증가한 200조5천900억원을 기록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원은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3.30 대책의도와 다르게 대응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며 "은행들이 자금을 운영할 마땅한 운영처를 찾지 못해 주택대출에 주력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中企 대출 주력 =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중소기업 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5월말 현재 265조2천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18조6천억원이 늘었다.
반면 대기업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0조원 가량 줄었다.
일단 경기회복세에 따라 비교적 유보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자금수요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도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나타나는 특징이 은행들이 신규대출처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노력이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많이 늘었다.
◇ 수익증권 '인기' = 올초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속에 각종 펀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자산운용사 수신액은 작년 4.4분기에는 월 1조~3조원씩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올해에는 2월 6.2조원, 3월 6.9조원, 5월 9.9조원이 급증했다.
MMF 배당금 지급 및 부가세 납부, 주식급락에 따라 주식형 펀드 위축 등으로 1.3조원 증가에 그쳤던 4월을 제외하면 6조원 이상의 급등세를 유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 수신잔액은 5월말 현재 234조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40조원이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은행들도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펀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영협회 관계자는 "간접투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증시 변동과 상관없이 증가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도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예금금리 올리고 대출금리 제자리 = 지난 하반기부터 계속된 은행들의 고금리 특판 경쟁으로 수신 금리가 크게 올랐다.
5% 이상 고금리를 지급하는 특판예금 비중도 지난해말 6.0%에서 4월말 현재 10.5%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4월말 정기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4.33%로 같은 기간 0.27%포인트 높아졌다.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6~7월 3.42%로 떨어진 이후 상승세가 계속된 것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은행간 경쟁으로 1월 5.79%에서 4월 5.83%로 0.04%포인트 오르는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1월 5.64%에서 2월 5.58%, 4월 5.42%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 CD 금리 ↑, 주택대출금리↓ '제각각' = 은행들이 출혈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CD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이후 상승곡선을 그린 CD금리는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4.15%를 기록한 뒤 4월말 현재 4.33%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CD금리를 기계적으로 반영하도록 설계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라야정상이지만 오히려 지난 1월 5.64%에서 4월말 5.42%로 0.22% 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이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CD금리 상승분 이상을 할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CD금리 인상폭을 은행이 가격 할인을 통해 떠 앉는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까지 가세하면서 가격할인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이 역마진을 감당하지못하는 시점에는 금리 인상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