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신도림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사를 하던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60명이 연기에 질식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이달 초에는 전남 고흥에서 다리 연결공사를 하던 중 상판이 붕괴돼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철근과 콘크리트에 깔려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용접 작업시 준수해야 하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현장에는 소화기도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 붕괴사고에서는 상판을 지탱하는 지지대의 고정 핀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았고 지지대의 간격 또한 당초 계획보다 넓게 설치돼 콘크리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는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설재해는 이러한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재해자는 2,038명, 사망자는 23명 각각 증가했다. 건설재해 예방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건설 현장은 제조업과 달리 옥외산업으로 공정이 수시로 변하고 위험 요인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근로자의 경우 유동성이 심한 일용직으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실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건설공사의 대부분이 설계와 시공을 별개의 회사가 수행하고 원청회사와 협력 업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다단계 생산구조로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쉽지 않다. 여기에 최근 들어 건설기술의 발달로 건축물이 대형화, 고층화, 지하화하면서 재해 발생의 위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 발전하고 새로운 건설공법이 생기면서 안전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분야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획기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차나 비행기, 그리고 높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기 위한 새로운 기술과 공법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위험’도 함께 생겨난다. 새로운 위험은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많은 선진국들은 새로운 위험에 대해 기업과 국가, 그리고 사회적으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들도 안전계획에 따라 제대로 작업을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는 최신 공법의 도입과 건축물의 고층화 등으로 안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발주단계에서부터 사전에 안전 관리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현장의 자율안전체제 구축을 위해 발주자와 건설 업체, 협력 업체 등이 참여하는 자율안전경영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건설공사 착공 전 안전성을 검토해 유해ㆍ위험 요인을 사전에 발굴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심사를 받은 사업장의 경우 건설업 평균 재해율보다 6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새로운 공법을 적용한 공사에는 새로운 위험 요소를 도출하고 평가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위험성 평가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의 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자의 지속적인 투자와 근로자의 안전 활동 참여가 필요하다. 먼저 경영자는 안전 투자가 숙련근로자를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또한 경영 여건이 취약한 협력 업체에 대해 이들 업체의 안전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현장의 작업 환경과 근로자의 특성을 파악해 적합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직장 생활을 위해 안전수칙을 지키고 보호구를 착용하는 등 안전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안전 기준의 위반과 관리 소홀로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당한 건설 현장의 사고를 보면서 안전은 지속적인 투자와 실천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건설 분야에서 더욱 가속화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