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듯한 과일향과 장미향이 두텁다" 2011년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은 당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중국 닝샤에 위치한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을 극찬했다. 그 해 국제와인대회에서는 닝샤의 자베이란이란 작은 와이너리에서 만든 보르도식 와인이 수많은 프랑스산 와인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자베이란이 와인을 바꿔치기 해 대회에 출전한 것 아니냐는 부정의혹 시비가 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닝샤후이주자치구의 성도인 인촨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를 달려 도착한 시시아왕 위취엔 와이너리. 옥으로 만든 샘이란 이름답게 허란산에서 내려온 차가운 계곡물과 만난 황허는 시시아왕 위취엔 와이너리를 불과 20년만에 최고급 와인 생산지로 바꿔놓았다. 시시아왕 위취엔의 와인을 시음한 독일 일간지 만하이머 모르간의 인아 하르비츠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의 아마로네 와인을 마신 것 같다"며 시시아왕 와인의 맛에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시아왕 위취엔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의 와이너리를 그대로 옮겨왔다. 와인제조공정부터 와이너리 건물의 외형까지 이탈리아 와이너리를 그대로 베꼈다. 부신가이 닝샤후이주자치정부 외사판공실 부장은 "중국 외교부도 시시아왕의 와인을 사용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 받고 있다"며 "중국이 와인 소비국에서 와인 생산국으로 바뀔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와인에 취한 중국인=13억 중국인들이 와인에 취하고 있다. 독한 바이주와 미지근한 맥주에 길들였던 입맛이 붉은색 와인에 빠져버렸다. 국제와인주류협회(IWSR)이 지난 상반기까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은 21억6,600만병의 와인을 소비했다. 13억 인구를 기준으로 연간 1.6병의 와인을 마신 셈이다. 2007년과 비교하면 2.7배가 늘어났다. IWSR은 2016년이면 중국인의 와인 소비량이 30억2,400만병으로 늘어나고 현재 세계 5위인 소비순위가 2020년이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와인소비는 중산층이 이끌고 있다. 특히 시리체제 등장 이후 부정부패 척결에 고가의 바이주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1,000위안(약 17만6,000원) 이하의 와인은 부담 없고 품격있는 선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중추절, 국경절 양대 명절 기간중 독일계 유통업체인 메트로의 수입 판매는 전년대비 250%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는 레드와인이 대세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도 있겠지만 육류 섭취가 많은 식생활도 영향을 미친다. 전체 소비 와인의 78%가 레드와인이다. 이런 추세를 가장 빠르게 흡수한 수입와인이 프랑스산이다. 보르도 와인을 앞세워 명품 와인으로 중국인에게 각인시키며 전체 수입와인의 절반 가까이를 프랑스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EU와의 통상마찰에서 와인을 협상용 카드로 자주 꺼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들어서는 신대륙 와인도 중국 젊은 세대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호주, 미국, 칠레 등은 중급와인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이 와인업체의 최대시장으로 부상하며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도 출시됐다. 루이비통 계열인 모에헤네시의 '중국의 맛'시리즈나 뉴질랜드 옐렌즈 에스테이트의 소비노어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고유 제품이다.
◇중국 와이너리의 부상=중국은 와인의 최대소비국으로 부상하는 동시에 생산국으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와인사업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물론 이미 수천년전부터 포도를 이용한 술을 만들고 마셨지만 서구식 와인제조는 1910년부터 시작됐다.
와인이 인기를 끌며 중국내 와인생산량도 급증세를 보였다. 2002년 2억8,000만리터에서 2012년 13억8,000만 5배나 증가했다. 전체 와인소비의 75%가 중국산이다.
현재 중국에는 900여개의 와이너리가 생산중인 가운데 연간 생산능력 1만톤 이상의 기업은 장위, 왕차우, 창청, 웨이룽, 후엉서우, 퉁화 등이 있다. 창청, 짱위, 왕차우 3대 와인이 전체 시장점유율의 52% 차지한다. 중국내 명품와인으로 꼽히는 창청의 경우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에 단독으로 와인을 공급하며 한해 매출이 15억위안을 넘어선다.
산시성에 위치한 그레이스 비니어드를 운영하는 주디 라이스너는 "10년전 프랑스에서 와인 장인을 고용해 생산에 들어갔지만 첫 빈티지는 맛이 너무 끔찍 수백 만 병중 1만병만 팔고 나머지는 공짜로 뿌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유통업체에 물건을 다 대지 못할 정도로 빨리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와인 해외 진출 초읽기=아직 중국 와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과 비교하면 품질에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일부이긴 하지만 소규모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중국산 와인은 뛰어난 품질을 선보이며 아시아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시시아왕 위취엔은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통이 시시아왕 마케팅 담당 경리는 수준급의 한국말을 구사하며 한국 시장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통이 경리는 "가격 경쟁력측면 등에서 아직 유럽산이나 미국, 칠에산과 경쟁이 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교역조건이 완화되고 중국산 와인의 품질과 신뢰도가 올라간다면 한국 시장도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와인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업정보화부는 와인산업 진입조건을 만들어 일정규모 이상의 생산규모가 되지 못한 기업은 와인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문턱을 높였다. 특히 원료공급량, 총생산량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한편 품질향상을 위해 용기주입 기업을 퇴출 시켰다. 잰시스 로빈슨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와인이 전체적인 품질수준은 아직 본고장에 못 미치지만 일부 야심만만한 업체는 본고장을 뛰어넘는 품질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5년 뒤 중국 와인이 유럽에 진출한다는 목표도 과장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