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상] 정교수의 `엉뚱한' 강의

『미국이 이라크의 군사시설을 파괴하려면 어디를 공격해야 할까요?』정제창교수의 강의 시간에는 이런 엉뚱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강의 이름은 「응용선형대수」.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젓는 고등수학 시간이다. 鄭교수는 수학 시간에 멀쩡한(?) 학생들을 앞에 두고 태연히 미국과 이라크를 이야기한다. 학생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나온 대답은 세가지. B-52 전폭기로 폭격하는 것이 첫번째. 다른 방법은 항공모함에서 함포 사격을 하거나, 특공대를 보내 군사시설을 폭파하는 것. 이 대목에서 鄭교수는 해당 지역에 「쑥」을 심어 「쑥대밭」을 만든다는 제안을 해 학생들을 웃긴다. 학생들은 「쑥대밭」이 정답이라는 鄭교수의 말에 다시 한번 어리둥절해진다. 『돈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죠. 응용선형대수는 바로 이런 학문입니다. 이 과목에서 나오는 문제는 정답이 없거나 아니면 정답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들은 그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정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정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비용(코스트)입니다.』 鄭교수의 강의가 이쯤 이르자 학생들은 하나둘 고개를 끄덕인다. 어려운 수학 과목도 실생활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지루하지만은 않다. 鄭교수가 수학 시간에 미국과 이라크 얘기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엉뚱한 강의 덕분일까. 한양대에서 鄭교수의 강의는 늘 「만원사례」다.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鄭교수의 과목은 새벽에 이미 정원이 꽉 찬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어느 강의 첫 시간이었다. 鄭교수는 강의실에 들어서며 깜짝 놀랐다. 의자가 빽빽히 찬 것은 물론 뒤에 서서 듣는 학생들까지 만만치 않았다. 鄭교수는 다른 대형 강의실로 옮겼다. 다음 시간. 대형 강의실마저 꽉 차고서도 서서 듣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공대 건물에는 더 이상 큰 강의실이 없어 할 수 없이 다른 건물의 대형강의실을 빌려야 했다. 학생들은 鄭교수의 강의가 인기높은 비결로 「학문과 산업의 접목」을 든다. 강의도중 풍부한 현장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학문을 어떻게 적용할지 그 길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주고받는 대화식 교육도 신선하다. 그러나 鄭교수는 『왜 그런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鄭교수의 엉뚱한 강의는 엉뚱한 시험으로 이어진다. 鄭교수의 시험시간에 학생들이 꼭 들고가는 것이 있다. 바로 「컨닝 페이퍼」다. 鄭교수는 시험 시간에 꼭 한 장씩의 컨닝 페이퍼를 들고 오게 한다. 외우기 어려운 공식이나 단어를 적든지, 문제지 답을 베껴 오든지 학생들 마음이다. 덕분에 鄭교수의 강의실 책상은 늘 깨끗하다(?). 어려운 공식 외우는 시간에 진짜 공부를 시키고 싶다는 것이 정 교수의 마음이다. 대신 시험문제는 결코 컨닝 페이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강의한 내용을 폭넓고 깊게 공부한 학생만이 답을 쓸 수 있도록 鄭교수는 문제를 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MPEG-2에 대해서 아는대로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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