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동구권의 갈등이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연속된 뒷북 대응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이 또 한번 상처를 입으며 시리아 내전이나 이란 핵 문제, 아시아 중심축(Pivot to Asia) 정책을 통한 중국 견제 등 미국의 글로벌 외교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 내 비난의 화살이 오바마 대통령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시리아 공습을 미루고 국방비를 삭감하는 등 외교안보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 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도발을 불렀다는 것이다. 당장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공화당 유력 인사들은 군사개입을 제외한 모든 제재방안을 동원하라고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아시아 중심축 전략과 중동 문제 해결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이 지난 수십년간 미 외교정책의 가장 큰 성과인 유럽 국가 독립과 자유화가 위협 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 가장 큰 외교적 시험대"라고 전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크림반도 수렁에 빠지면서 중국 견제를 위해 다음달로 예정된 아시아 순방도 맥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초부터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는데도 '거리 두기'로 일관하다 뒤늦게 강경노선으로 전환해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해에도 시리아 공습 의사를 연일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이 중재안을 내놓으며 러시아에 외교 주도권을 뺏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