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反기업정서 부추기기 앞장"

■ 국감 무차별 폭로전, 기업이 멍들고 있다
"재탕·삼탕 폭로 전형적 포퓰리즘 행태"
기업선 후유증 우려 적극 반박도 못해
대외신인도 치명타·경제악영향 불보듯

“정치권이 누구보다 앞장서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최근 기업 및 기업인을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업인들은 특히 “국회의원은 그냥 의혹만 제기하면 끝이지만 해당 기업들로서는 대외신인도에 치명타를 당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며 “이 후유증은 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정치 지도자들이 사안들을 너무 사소하게 취급하는 듯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 및 기업 주변에서는 무차별적인 의혹제기의 장(場)으로 변질된 올해 국감을 보며 ‘실력 있는 국회의원’이 어느 때보다 아쉽다고 평하고 있다. ◇국회의원 “재탕ㆍ삼탕”에 기업에선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한숨=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일부 의원들의 무차별적 기업의혹 폭로에 대해 “기업의 과(過)만 부각시켜 국민들의 정서에 일부 남아 있는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인기를 얻으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3일 한국토지공사 국정감사. 이 자리에서 허천 한나라당 의원은 “토공이 택지개발지구 내 도시형 공장부지는 중소기업에만 매각하도록 한 업무처리지침을 어기고 대기업인 삼성전자에 16만7,000평의 공장부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관련 법과 규정에 맞게 처리한 사안”이라며 “허 의원이 이미 지난 4월에 주장했던 내용을 이번 국감에서 다시 제기해 당황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해찬 국무총리도 ‘삼성전자만을 위한 별도지원이 아니고 수도권 경쟁력 강화도 고려했다’며 특혜의혹을 부인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고스란히 펼쳐졌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3~2004년 예보가 삼성상용차 부실책임 조사 후 작성한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무려 3,124억원의 분식회계가 발견됐다”는 폭로를 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X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판결 등으로 여론의 질시를 받아온 삼성이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파렴치 행위’를 펼쳤던 것인지 주목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또 하나의 아니면 말고 식 폭로’로 끝났다. 삼성측은 심 의원의 폭로에 대해 “부당내부거래 의혹이 제기된 건설제비용 422억원은 삼성중공업이 삼성상용차를 설립하기 전에 이미 상용차 공장건설과 관련해 투입된 비용으로 삼성중공업 장부상에 기재된 금액”이라며 “이는 예보에서도 삼성상용차와 중공업의 자산양수도 매매계약서, 회계법인 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항”이라고 즉각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반박했다. ◇잔매도 쌓이면 골병 든다=재계가 정치권의 이 같은 무차별적 폭로나 의혹제기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여차하면 ‘여론재판’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기업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할 경우 사회 전반에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기업인의 의욕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정치권의 무차별 의혹제기에 대해 그것의 진실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그 같은 의혹이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한다”며 “이 과정에서 자칫 여론몰이의 대상으로 전락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 경영환경 악화,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의 국정감사를 전후해 기업에 대한 따가운 여론이 확산되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물론 경제단체장들까지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교수는 이와 관련, “정치권은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는 기업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국정감사 역시 본연의 기능인 ‘정책감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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