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력이 늙어간다

직원들 평균연령 46세 넘어
3~5년뒤 퇴직자 몰릴땐
'연구·안전' 경쟁력저하 불보듯
중장기 인력 수급대책 절실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요르단에 상용원전과 연구용 원자로를 잇따라 수출하면서 원자력 발전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지만 이러한 원전 수출을 뒷받침할 연구 및 안전규제 기술인력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원자력 연구 및 안전규제 분야는 전문인력 양성에 최소 3~5년이 걸리는 만큼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하려면 선제적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 분야와 연구ㆍ규제 분야 인력구조 불균형 심화=지난해 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직원 평균 연령은 46.4세에 이른다. 원자력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원자력연구원 직원 가운데 20~30대는 21.4%(247명)에 불과한 반면 40대 40.2%(463명), 50~60대 38.4%(442명)로 40대 이상이 78.6%에 달한다. 원자력연구원 직원의 평균 연령은 지난 2000년 41.88세에서 10년 새 4.5세가량 높아졌다. 원자력 안전과 규제업무를 맡고 있는 원자력안전기술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총 374명의 직원 중 20~30대가 99명(26.5%)인 데 반해 40대 132명, 50대 이상 143명으로 40대 이상이 73.5%를 차지한다. 이 같은 원자력 연구ㆍ규제 분야 인력의 고령화는 기술자립도가 높아진 1990년대 후반 이후 고급 연구ㆍ기술인력의 수요가 감소한데다 IMF 경제위기 때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진 반면 신규 인력 유입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50~60대 인력 상당수가 곧 퇴직을 앞두고 있어 신규 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업무 공백과 기술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원자력연구원의 경우 오는 2014년까지 150여명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20년까지 현재 인원의 40%가량이 정년 퇴직하게 된다. ◇중ㆍ장기적 인력 수급 계획 짜야=연구용 원자로 수출 확대와 SMART 개발, 원전 및 방폐장 추가 건설로 연구 및 안전규제 분야의 신규 인력 채용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지만 인력 수급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올해 각각 69명과 98명의 인력을 새로 뽑을 계획이었으나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52명으로 줄었다. 예년에 비해 많이 뽑기는 하지만 기존 업무 증가와 신규 업무 발생분을 감안할 때 부족한 증원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신규 채용 인력의 상당수가 계약직이어서 석ㆍ박사 출신의 고급 인력들이 지원을 꺼려 인력 확충이 쉽지 않다. 양명승 원자력연구원장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과 관련해 신규 정원(TO)을 받았지만 SMART 분야는 정식 TO를 받지 않아 계약직으로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준정부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경우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2012년까지 현재 인원 374명에서 30명(8%)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경우 최근 3년간 신규 채용이 전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전 1인당 규제인력은 1990년 20.9명에서 지난해 13.6명으로 35%나 감소했다. 프랑스 34.3명, 미국 31.8명, 일본 21.0명에 크게 못 미친다. 원자력 연구와 안전규제는 원전 건설ㆍ운영과 지원ㆍ관리 분야에 비해 인력 양성 기간이 길다. 새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설계나 규제 업무에 투입하려면 최소 3~5년이 걸린다. 따라서 최소 퇴직 3년 전에 선채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규성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원자력 연구 및 안전규제 분야의 수요ㆍ공급이 어느 정도 맞았지만 수출이 발생하면서 균형이 깨진 상태"라면서 "원전 수출 등으로 추가 발생할 인력 수요 예측이 힘들지만 인력 수요가 늘더라도 대학들이 갑자기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5~10년 단위의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인력 수급 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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