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7월 20일] '너지 전략'과 금리설계

임주재(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케팅 전략, 이른바 ‘너지(Nudge)’가 요즘 경영계의 화두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의 너지는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개인에게 열어놓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드는 데는 다음 세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금지(지저분하게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한다) ▦인센티브(깨끗하게 이용하는 사람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너지(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인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공항은 너지를 택했다. 소변기 한가운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았더니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볼일을 보는 남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파리를 맞히려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 공항 측은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문구나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하지 않았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너지의 좋은 사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주택금융 분야도 소비자들을 똑똑한 선택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 찾기가 최대의 숙제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변동금리 쏠림’ 현상. 금리변동의 리스크를 대출 수요자가 떠안는 변동금리 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한 대표적 원인으로 이른바 ‘2/28(2년은 고정금리, 28년은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대출)’이 지목되는 것을 보더라도 변동금리 대출은 태생적으로 시장불안의 잠재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출 수요자들의 관심을 가급적 고정금리 상품으로 유도해 변동금리 쏠림현상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장기고정금리 대출에 일부 적용하고 있는 ‘금리설계’ 방식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만하다. 저금리 상황임을 고려해 처음 거치기간에는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를 적용하다 이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것이 이 상품의 특징이다. ‘2/28’ 서브프라임 대출과는 정반대의 방식인 셈이다. 이 상품 덕분에 침체를 겪던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판매가 최근 들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고객들을 고정금리 대출로 유도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설계 상품이 우리 가계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을 이끄는 성공적인 너지 전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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