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ㆍ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가 중국을 넘어 한국과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및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3일 현재 전세계 총 27개국 4,288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중 251명이 사망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사스환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의 대규모 인적교류를 감안하면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사스는 한국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전제해 둘 것은 사스가 최근 언론보도에 알려진 것처럼 에이즈(AIDS)나 에볼라 출혈열과 같은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질병이 아니라 전염성은 높은 대신 비교적 치사율이 낮은 질병이라는 것이다. 또 중화권을 비롯 1차 발생지역을 제외할 때 2차 전파가 없었던 일본 등 19개국의 환자 수는 51명에 불과해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적절한 차단ㆍ격리치료가 이뤄질 경우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 같은 두 가지의 전제는 상황의 진전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어 질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현실성이 높은 전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사스는 일단 한국경제에 한 가지의 이익과 세 가지 불이익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익은 무역외수지의 개선을 들 수 있다. 올 들어 경상수지가 크게 악화되었던 것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함께 무역외수지, 특히 여행수지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학과 해외 여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여행수지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지난 1월 5억9,000만 달러, 2월에는 3억2,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월의 경상수지 적자가 2,000만 달러 수준이었으니, 여행수지만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더라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스의 빠른 확산으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은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이익은 사스가 끼칠 피해에 비하면 사소하다. 한국경제가 받을 첫번째 피해는 내수경기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스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확대되는 만큼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소비자들의 외출이 자제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사스로 빚어지는 두 번째 문제점은 대 중국 수출의 부진 가능성이다. 이미 FFER(Far Eastern Economic Review)지는 중국경제의 피해가 2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최근 중국정부가 노동절 연휴를 축소하고 베이징 소재 초려芟고교의 휴교 등을 발표함으로써 경기위축의 강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중화권 수출비중이 지난해 말 이미 40%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스로 인해 두자리 수의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타이완을 비롯 아시아 주식시장의 동반 폭락현상에서 확인되듯 아시아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주식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이 동아시아 지역의 올해 경제전망치를 기존 5.5%에서 5.0%로 하향 조정하는 등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사스 파동이 `일시적 충격` 수준을 넘어 경제전반의 추세를 바꿀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80년대 에이즈의 충격과 산발적인 독감의 유행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정체불명의 `괴질`에 대한 심리적 위축은 단기적인 경기 부진을 가져올 수는 있으나, 국제유가의 안정에 힘입은 아시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 24일 뉴질랜드가 사스로 인한 경기위축을 우려, 금리인하를 단행했으며 곧 이어 다른 나라들도 이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경제는 국제원유가격의 동향에 매우 민감한 경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라크 전쟁 이후 급락세로 돌아선 국제유가는 경상수지 개선 뿐만 아니라 교역조건을 회복시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한 층 높이고 있다.
결국 종합주가지수 500선 중반의 현 주식시장 상황은 사스에 대한 `공포`만 반영한 것일 뿐, 개선되고 있는 외부환경에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위기`와 `공포`에서 기회를 찾는 역발상의 투자원칙을 다시 떠올릴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