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인] 올리베티 CEO 로베르토 콜라니뇨

이탈리아의 통신전자회사인 올리베티가 지난 3월 「텔레콤 이탈리아(TI)」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겠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세계 통신업계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단지 해프닝으로 끝날 사건정도로만 간주했다.올리베티의 주가총액이 100억달러 규모로 TI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다, 제시한 인수대금도 600억달러 이상으로 유럽 M&A사상 최고액에 달해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TI는 세계 6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최대의 통신업체인데 반해 올리베티는 휴대전화사업에 진출한 지 4년밖에 안된 풋나기 통신기업이었다. 그래서 올리베티의 인수전은「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계란으로 바위치기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리베티는 TI인수를 공식선언한 지 2개월여만인 지난 5월말 TI의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성공,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올리베티의 TI인수는 「위기해결사」「부실기업의 치유사」로 인정받는 로베르토 콜라니뇨(55)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금융기관들은 콜라니뇨 올리베티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을 인정, 인수자금을 적극 지원했고, TI 주주들마저도 올리베티의 손을 들어줬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총리도 『콜라니뇨의 용감한 기업가 정신을 칭찬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국영기업인 TI가 방만한 경영의 현재 상태로 있기보다는 콜라니뇨 밑으로 들어가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그의 경영이력은 이같은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올리베티는 2년전까지만해도 파산지경에 이르렀던 기업이었다. 1908년 타자기 생산업체로 출발, 이후 전자기기및 컴퓨터 등으로 사업을 넓혔지만 적자가 누적돼 회생불능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때 자동차부품업체인 소게피를 운영하던 콜라니뇨가 최고경영자로 스카웃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구조조정을 단행, 주력을 컴퓨터제조에서 휴대통신으로 바꾸고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 2년만에 올리베티를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운영하던 소게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80년대까지 일개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이 회사를 현재 세계 11개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기업으로 키워냈다. 숨이 끊어져가던 기업에 생명을 불어넣고,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육성시키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갖춘 콜라니뇨가 있다는 강점때문에 올리베티가 자신보다 덩치가 5배나 큰 회사를 인수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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