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 선출이 가능했던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이었으나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에게 16일(현지시간) 사형이 선고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현지 언론 등은 이집트 법원이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혼란한 틈을 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도움을 받아 교도소를 탈옥하고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기소된 무르시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내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집트 법원은 이와 함께 무르시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카이라트 엘샤테르 등 105명에게도 사형을 선고했다. 법정 한쪽에 마련된 철창 안에서 사형 선고를 들은 무르시는 주먹을 들어 올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집트 법원은 이날 사형 판결을 종교 최고지도자(무프티)에게 보내 다음달 2일 최종 결정을 받게 된다. 무르시와 피고인들은 이번 1심 판결에 항소할 수 있다.
이번 선고 직후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 지지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는 무슬림형제단 간부 아므르 다라그는 "이번 선고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번 선고를 제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FT에 따르면 그는 "오늘은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암울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수백만명의 이집트 국민들이 그를 첫 민선 대통령으로 뽑으면서 가졌던 열망이 오늘 판결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재판이 열린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 주변에는 무르시 지지자들이 모여 "군사정권 퇴진" 등을 외쳤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아랍의 봄 여파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후 이집트 사상 최초의 자유경선으로 치러진 2012년 6월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무르시는 집권기간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이른바 '파라오 헌법' 개정 등으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해 압둘팟타흐 시시 현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로 2013년 축출됐다.
한편 무르시에 대한 사형선고 직후 이집트 북부 시나이주에서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판사 2명과 검사 1명, 운전기사 등 4명이 괴한의 공격으로 숨지는 등 이집트 내 분열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