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광역의회에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인력을 뒷받침하면 지방의회가 활성화된다는 게 명분이다. 한해 예산이 수조원에 이르는 지방정부를 의회가 제대로 감시하려면 유급보좌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지방의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급보좌진을 둬야 그렇게 된다는 주장에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동안 17개 광역의회가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정부가 일관되게 거부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불과 몇개월 동안 사정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새 정부 들어 종전 방침을 하루아침에 바꾼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국민 대부분은 지방의회 의원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의회가 제구실을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의정활동에 정 필요하다면 의회예산 범위에서 사안별로 지원하면 그만이다. 의원 1인당 연봉 5,000만원인 유급보좌관 1명을 둔다면 전국 17개 광역의회에서 평균 427억원의 혈세가 든다. 지방 재정자립도가 50%를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것도 모자라 1,209명에 이르는 기초의회에까지 확대하겠다는 안 장관의 발언에 이르면 어이없기까지 하다.
원래 지방의회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2006년부터 의정활동비다 뭐다 해서 각종 경비를 지급했지만 세금 아깝다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런데도 광역의원들은 연간 6,000만~8,000만원을 받는다.
그러지 않아도 잿밥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 장관이 지방의원들의 허세를 왜 부채질하려고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억장이 무너지는 국민 심정 따위는 알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이런 무책임한 발언이 나올 수가 없다.
유 장관은 유급보좌관제를 국민여론을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번거롭게 여론조사까지 할 것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길거리에 나가 국민을 붙잡고 유급보좌관제에 찬성하는지 물어보시라.